증도 실험의 하이라이트는 ‘차 없는 섬’

입력 2011-08-02 17:36


2007년 ‘슬로시티’ 지정 신안군 증도의 희망과 과제

“녹색성장 기치를 내건 우리나라에 차 없는 마을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친환경섬 증도의 설계자 중 한 명인 유영업 신안갯벌센터 관장의 말이다. ‘차 없는 섬’은 증도 실험의 하이라이트다. 그것만 실현되면 증도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다. 지지부진한 ‘자전거의 섬’도 명실상부해질 수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2009년 12월 자동차 없는 섬 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2010년 3월 개통된 증도대교 남단에 대형 주차장 부지가 있다. 신안군은 주차장 건설 예산 15억∼20억원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해 줄 것을 건의 중이다. 유 관장은 “최대한 편리하면서도 화석연료 안 쓰는 대중교통 개발이 관건”이라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차 없는 마을의 상징성을 생각할 때 친환경특구 지정과 예산 지원 등 국가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마을 공동 주차장이 마련된 후에 점진적 실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섬의 초입인 증도대교 남단에 차를 두고 섬을 관광하려면 관광객의 불편도 크다. 장애우와 노약자는 어떻게 하나, 텐트와 아이스박스 등 짐이 많은 여름철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코끼리버스 같은 대형 전기차와 마차·우마차·자전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주민이 보유한 승용차, 승합차, 트럭 등 자가용 650대의 이용을 어느 정도까지 제한할 것인지도 민감한 문제다. 증도 주민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차 없는 섬이라는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주민까지 섬 안에서 통행을 완전히 금지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대초리의 숙박업소 주인은 “면민에 한해 순번이나 시간을 정해 놓고 운행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남발전연구원 김준 박사는 “주민이 차를 타고 쌩쌩 달리면서 찾아온 관광객에게 불편을 감수하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박사는 지난해 말 열린 한 토론회에서 “마을 관광이 살아나야 한다”면서 “의식주와 삶의 불편을 감수하고 이를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지금까지 증도가 선택한 것은 느림보다는 빠름”이라며 “다리(연육교)가 그렇고, 늘어나는 관광객을 맞는 수용태세가 그렇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증도 관광객의 방문 목적으로 리조트 방문이 46.9%로 가장 많았고, 염전과 갯벌체험이 22.2%였다. 주민이 슬로시티를 진정 원하거나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관광객도 아직 ‘전통산업’인 염전과 ‘아름다운 경관’인 갯벌에 친숙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갯벌생태여행을 추구하는 관광객을 감동시킬 프로그램의 개발, 친환경 고부가가치 슬로푸드인 소금과 국내 최대규모인 태평염전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안=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