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우리 가족이 더 많이 얻어갑니다” 우면산 산사태 가족단위 자원봉사 새 물결
입력 2011-08-01 19:18
서울 우면산 산사태 막바지 복구작업이 한창인 1일 서울 방배동 래미안아트힐아파트. 진흙 속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홍응호(45)씨는 “우리 가족이 더 많이 얻어 갑니다”라며 봉사현장이 ‘참교육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교사로 돈암동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홍씨는 계획했던 가족 휴가를 미루고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 이경아(44)씨, 두 아들인 고등학생 기수(18), 중학생 대원(14)이와 이곳을 찾았다.
홍씨 가족은 산사태가 할퀴고 간 아파트에서 배수구 작업을 도왔다. 형촌마을에서는 각 가정의 젖은 집기를 말렸다. 토사와 한바탕 씨름을 벌인 탓에 지친 기색은 감추지 못했으나 얼굴에는 뿌듯함이 떠나지 않았다. 홍씨는 산사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봉사활동을 위해 우면산 산사태 지역을 찾았다. 산사태 피해가 생각보다 더 크자 29일부터는 가족까지 데리고 왔다. 5일 동안 봉사활동과 사업을 함께 했지만 피곤함보다 이재민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홍씨는 “봉사활동을 함께한 뒤 아이들의 사람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면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요즘 아이들이 인내하는 법을 잘 몰라 걱정이었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이 해소됐다”고 웃었다. 부인 이씨는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아버지와 더 친해진 것 같아 보기 좋다”고 거들었다.
아이들도 흡족한 모습이었다. 차남 대원군은 “처음에는 아버지와 다니는 게 귀찮았지만 고생한 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웃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가족단위 봉사활동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봉사단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족단위 봉사는 주로 형제·자매끼리였지만 최근에는 홍씨 가족처럼 온 가족이 참여하는 봉사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는 이번 집중호우 기간 활동한 자원봉사자는 31일까지 연인원 1만2200여명이었으며, 이 중 가족단위는 5∼10%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봉사단체 관계자들은 “휴가와 방학기간인 데다 봉사활동 현장이 서울이라는 점이 가족단위 봉사가 더욱 늘어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장미승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장은 “자원봉사 활동의 새로운 경향은 가족 단위 봉사자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과 트위터와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모이는 봉사자가 많다는 점”이라며 “특히 가족단위 봉사가 늘어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