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악재’… 숨 죽인 與 기세 오른 野

입력 2011-08-01 18:47


무상급식 찬반 논란은 결국 주민투표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1일 주민투표가 발의돼 공식적으로 찬반운동을 펼칠 수 있게 됐으나 서울시와 한나라당은 폭우 피해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바짝 엎드린 모양새다. 반면 주민투표를 반대해온 시민단체와 야당 등은 ‘오세훈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적극 공세에 나섰다.

◇서울시, 물폭탄·휴가철 변수에 난감=오세훈 서울시장은 우면산 산사태 참사 등 최근 집중호우 피해로 주민투표를 핵심 이슈로 띄우려던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이날 오 시장은 주민투표를 발의하는 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수해 정국’에서 주민투표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비칠 경우 반감을 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신 오 시장은 헬기를 타고 우면산 산사태 지역, 남부순환로 일대 상공을 돌며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주민투표 발의 일정도 당초 지난달 28일에서 법적 기한 마지막날인 1일로 미뤘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초 회의를 열고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 대책을 모색하려 했으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 안건으로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시는 이번 주말까지 복구 작업에 집중한 뒤 이르면 다음주부터 주민투표운동을 물밑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집중호우가 완전히 끝난 이후 여름휴가를 떠나는 시민이 적지 않아 유효투표율을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 적극 공세=시민단체와 야5당은 오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 치적 쌓기 사업에 치중한 결과 수방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측은 조만간 임시회를 열고 오 시장을 상대로 이를 추궁할 예정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야5당은 이날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주민투표 예산 182억원을 낭비하지 말고 수해로 고통 받는 강남 주민을 위해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투표를 법적으로 불법이고 교육적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나쁜 투표로 규정하고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투표 거부운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와 야5당은 또 “시와 시의회 민주당 등의 무상급식 실시 안이 모두 단계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주민투표 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확정된 주민투표 안보다는 ‘보편적 무상급식 안’과 ‘선별적 무상급식 안’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 안을 ‘전면적 무상급식 안’이라고 쓰려면 다른 하나는 ‘부분적 무상급식 안’이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도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사법적 심판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시의회 민주당 측이 최근 법원에 낸 ‘주민투표 청구 수리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에 대한 법원 판단도 주민투표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주민투표일 이전인 16일 전후로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