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일이면 너도나도… 정부 연구기관 국책기술 겹치기 연구 심각

입력 2011-08-01 18:37

정부 연구기관의 유사·중복 연구가 심각하다. 태양에너지, 신약용 물질, 차세대 디스플레이, 로봇 등 소위 ‘돈 되는’ 분야에는 20개 안팎의 기관이 무더기로 겹치기 연구에 매달려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부처 직속 연구기관, 국공립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6개 연구 분야별 유사·중복 사례를 조사한 결과 태양에너지(태양광·태양열) 23곳, 신약용 물질 21곳, 차세대 디스플레이 19곳, 로봇(인공지능·지능로봇) 17곳, 차세대 자동차(하이브리드·연료전지 자동차 등) 16곳, 풍력에너지 11곳이 같은 분야 연구를 제각각 진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태양에너지 분야에는 에너지기술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ETRI)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각종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적게는 1억∼2억원, 많게는 118여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중복 연구가 만연한 것은 정부 부처가 조율 없이 경쟁적으로 연구영역 확장에 나섰고 연구기관도 성격과 목적에 관계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돈이 되는 연구과제 수주에만 매달린 결과로 분석된다. 김도연 국과위 위원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게 조사 결과를 보고했으며, 이 대통령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위는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배정에서 조율(예산 삭감 등)을 통해 유사·중복 사업을 집중적으로 걸러낼 방침이다. 아울러 연구기관을 통합해 R&D 과제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관 간 융합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