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인가 의족승리인가… 피스토리우스 A기준 통과에 공정성 논란 재점화
입력 2011-08-01 21:28
감동적인 인간 승리인가 아니면 기술에 의한 의족의 승리인가.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A기준기록을 통과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피스토리우스가 사용하는 ‘플렉스 풋 치타’라는 의족은 일반 육상선수들의 다리에 비해 무게가 절반에 지나지 않아 기록 단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 400m 은메달리스트인 영국의 로저 블랙은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이 어떤 이득을 주는지 증명되지 않았다. 그가 인간승리를 이뤄낸 뛰어난 선수인지, 아니면 의족에 의지하는 선수인지는 두고 봐야한다”며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달 20일 400m에서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을 0.54초나 앞당긴 45초07로 IAAF가 정한 A기준기록(45초25)을 가뿐히 통과했다. 기록 단축으로 피스토리우스는 오는 27일 시작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로 출전하게 됐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동안 잠잠하던 경기용 의족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일기 시작했다. 성능이 뛰어난 의족을 착용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기를 공정하다고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경기용 의족에 대한 논란은 피스토리우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시도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IAAF는 “선수는 대회에서 스프링이나 바퀴 등 도구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그의 출전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설립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고, CAS는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이 기록 향상에 월등한 이점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CAS의 판단은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지 경기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어서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게다가 2009년 미국 와이오밍대의 매튜 번들 교수 등은 논문에서 “피스토리우스가 의족 덕분에 400m에서 최소 10초 이상을 줄였다”면서 “J자 모양의 보철 다리가 20% 이상 지면 마찰력을 줄여주고 50% 가까이 근육 활용량을 감소시킴으로써 15∼30% 정도 속도에서 이득을 봤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부었다.
피스토리우스가 2010년 베이징올림픽 참가를 위한 A기준기록 달성에 실패하면서 의족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가 최근 A기준기록을 달성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의족 문제는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