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글로벌 자금사정 악화땐 한국, 아시아서 가장 위험”

입력 2011-08-01 18:16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세계 자금시장이 악화되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당수 금융 전문가들은 “외국기관의 한국 트집잡기”라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모건스탠리는 1일 ‘아시아 신용전략’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8개 국가 은행의 대외부채 상환능력 비율과 예대율을 기준으로 자금 조달 리스크에 따른 충격흡수 정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이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자금 조달 리스크를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이어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인도가 2∼5위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공동 6위, 한국은 꼴찌였다.

모건스탠리는 각종 은행 지표를 거론하며 한국의 위험도를 강조했다.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외채규모 대비 외환보유액(대외 부채상환능력 비율)이나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예대율) 측면에서 한국이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는 다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늘었고 외국에 대한 자금조달 의존도도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외국계 금융기업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국제유가에 가장 민감한 경제구조여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가져올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며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외국계 은행들은 수차례 한국 경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은행들에 대한 모건스탠리 지적이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외국기관 및 매체의 한국 흔들기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동부증권 이병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이미 100% 밑으로 내려와 안전한 상태”라며 “다른 국가와의 상대적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서정훈 연구원은 “(한국의 은행들은) 절대적인 기준에서 안전한 상태”라며 “일부 표면적인 지표로 순위를 매겨 한국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 여건상 외환건전성 문제를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실이고 금융당국도 각 은행에 외화건전성 개선을 주문하고 있는 만큼 보고서의 지적을 조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