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북미대화 국면 성과 거두려면
입력 2011-08-01 17:50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최초로 남북 비핵화 회담이 개최된 데 이어 1년7개월 만에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이 종료됐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회담이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처럼 뉴욕 북·미회담에서도 공동선언문 같은 구체적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반도 상황이 대화 국면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어차피 경색 일변도의 현상 타파가 필요하다는 견지에서 바람직한 상황 전개일 수 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성과를 거두려면 명념해야 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 대북 대화에서 한·미 간에 엇박자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령 후속 회담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남북회담과 달리 북·미회담에서는 양측 모두 그 필요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북대화가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대신 북·미대화에 집중적인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남북관계 진전 없는, 또는 적어도 남북대화와 병행하지 않는 일방적인 북·미대화는 곤란하다. 남한을 배제한 북핵 문제 해결이나 북·미관계 진전은 있을 수 없다. 이는 남한을 북핵 대화 상대가 아니라 ‘봉’으로만 보는 북한은 물론 국내 정치적 시각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려 하는 미국도 분명히 인식해야 할 부분이다.
사실 발리 남북회담은 북한이 대미 직접 접촉을 얻어내기 위한 ‘구색 갖추기’용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이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 재개의 수순을 강력히 주장함에 따라 북·미 접촉을 위한 ‘통과의례’로 마지못해 응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우리 정부 당국자는 “미국 태도가 무엇인가 빨리 진전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핵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미국의 조바심이 그간 우리 정부에 남북대화를 종용한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에는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현안이 있다. 이것들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그런 만큼 한·미 양국은 대북 대화를 추진하되 긴밀한 사전 협의를 통해 북한의 통미봉남 술책에 말려들지 않는 게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