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있어도 작동않는 국가 防災 체계

입력 2011-08-01 17:47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하기 15시간 전 산림청이 서울 서초구에 산사태주의보 발령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SMS)를 보냈지만 서초구는 이를 무시했다. 구의 담당 공무원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져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아무리 완벽하게 구축돼 있어도 결국은 사람이 직접 나서야 예측할 수 없는 재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케이스다. 실제로 산림청 소속 국립산림과학원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산사태에 관한 유용한 정보가 산처럼 쌓여있다.

산사태 위험지 관리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전국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 모두 표기돼 있다. 휴가철 행락객을 위해서는 ‘여름철 이런 곳에 가지 마셔요’라는 코너를 마련해 급작스런 재난을 피하는 요령을 제공하고 있다. 산불발생위치 정보시스템도 갖춰져 있으며 과학원 내 설치된 기후변화연구센터의 연구 성과물도 공개하고 있다. 북한 황폐지의 조기복원에 관한 연구까지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갖춰진 시스템이 막상 재난이 발생할 경우 작동이 안 돼 수많은 인명과 재산이 희생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된다는 데 있다.

담당 공무원이 사명감을 가지고 내일처럼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도 무사안일에 빠져 참사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며칠 전 지상파 방송에 소개된 강남역 부근 작은 빌딩 주인의 차수벽(遮水壁) 설치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강남역 사거리가 물바다가 돼 차가 둥둥 떠다니는데도 차수벽을 설치한 이 빌딩은 전혀 수해를 입지 않았다. 소규모 빌딩이라 차수벽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만약을 대비한 예지가 대형피해를 막은 것이다.

마침 정부가 1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방재전문기관을 확대하고 2015년까지 재해예방사업에 3조2000억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좀 더 체계적인 국가방재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란다. 더 이상 산사태나 물난리 같은 막을 수 있는 재난때문에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