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생, 하숙비 신앙 고민 끝

입력 2011-08-01 16:30


청년·대학생들의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주거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먹고 살 집이 없다는 것은 학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실업난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학생들의 주거비 고민을 풀어줄 교회 학사관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사관은 교회가 운영하는 기숙사로 지방에서 올라왔거나 생활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돈을 받지 않거나 저렴하게 제공하는 공동생활시설이다.

34년의 전통을 지닌 서울 논현동 서울영동교회는 교회 10주년 기념으로 학사관을 건립했다. 선발인원은 16명이며 농어촌 교회 목회자 자녀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졸업생만큼 결원을 보충한다. 정회수 사무간사는 “장학사업으로 학사를 시작하게 됐다”며 “아프간 사태 때 순교한 분당 샘물교회 배형규 목사 등 믿음으로 훈련된 목회자 선배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서울 창동 목민학사(이사장 박영신)는 교회가 아닌 재단법인 목민에서 운영하는 학사다. 고 박명수 목사의 뜻을 따라 1989년 농어촌선교회로 출발한 목민학사는 농어촌 지역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남여 8명씩, 총 16명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농어촌 목회자 자녀만 대상으로 하는 게 원칙이지만 최근엔 미자립교회, 개척교회 등 어려운 교회 목회자들의 자녀들도 들어오고 있다.

목민학사를 거쳐 간 선배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학사를 운영하는 김유진 사감은 “목회자, 박사, 의사 등 다방면에 많은 선배들이 진출해 있다”며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매년 찾아와 후배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 좋은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광명광천교회는 지난해 학사관을 지어 현재 11명의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모집 시기는 정해져 있지만 결원이 생기면 수시로 충원한다는 게 교회측의 설명이다. 신동섭 목사는 “지방학생들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는데 학생들이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도 하고 있어 보람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 북아현동 인우학사는 1954년에 지었다. 감리교본부에서 운영하고 있고 154명을 수용할 수 있다. 서울 소재 학교를 다니는 지방 출신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다. 여학생을 위한 학사로는 명덕학사가 있다.

이외에도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서울 충정로3가 아현성결교회(조원근 목사)의 학사관은 각각 250명, 88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학사관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주로 지방출신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으며 농어촌 및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를 우대한다.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이동원 목사)은 각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학사관을 공개했다. 자료에는 17개 교회 이름과 모집 시기, 위치, 비용, 연락처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교회마다 모집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학사관 입관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조건을 꼼꼼히 살펴봐야한다. 기윤실 박진영 간사는 “전·월세 실천운동의 일환으로 교회의 학사관을 공개하게 됐다”며 “살 집을 찾아 전전긍긍하는 대학생들에게 교회의 학사관은 운영 규모와 상관없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실제 학사를 운영하는 교회는 더 많다. 서울 응암동 행복을전하는교회(박춘태 목사)도 개척 이듬해인 2007년부터 교인들의 헌금으로 학사관을 구입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농어촌 목회자 자녀 4명, 선교사 자녀 3명 등 7명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세금, 식사비 등 생활비가 모두 무료다. 박춘태 목사는 “학사관 학생들이 좋아할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반찬과 간식으로 섬기는 교인들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