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칼럼/성경과골프96
입력 2011-08-01 09:22
96호: 좋은 생각이 좋은 기술을 이긴다
“골프는 당신의 클럽보다 마음에 달려 있다(Golf is more in your mind than in your clubs)”는 말이 있다. 볼은 클럽이 지배하고 클럽은 몸이 지배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골프는 心7技3’이고, 기술보다 우선하는 것이 마음인데, 그 마음은 좋은 생각에서 솟아난다고 믿는다. 결국 좋은 생각이 좋은 기술보다 우선한다.
“내가 말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주께서 범사에 네게 총명을 주시리라”(딤후 2:7)
샘 스니드는 라운드 때 볼과 대화를 한다고 했다. 나도 그처럼 볼과 자주 속삭이듯 대화한다. “내가 티샷으로 높게 띄워줄 테니 그린 우측의 평평한 곳에 사뿐히 내려 앉으렴.” 항상 볼에 속삭이듯 말하는 것이 자신에게 좋은 생각을 불어 넣는 방법이다. 반면 성질 급한 어느 아마추어 골퍼는 수시로 격하게 말한다. “야, 골프볼, 내 말 똑바로 잘 들어. 지난 홀에서 너 숲속으로 기어 들어갔지? 한 번만 더 사고 치면 영원히 없애 버린다.” 그렇게 험악한 말을 들은 볼은 티샷 때 심한 슬라이스를 맞고 깊은 숲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또 하나의 OB가 되기도 한다.
PGA에서 단타자이면서 12승에 빛나는 저스틴 레너드는 “잘하는 골퍼들은 모두 강한 정신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강한 정신자세를 갖추면 집중력도 뛰어나고 압박감에서도 잘 견디어 낼 수 있다. 강한 정신자세는 모든 것이 긍정적인 마음과 생각의 상태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렇다면 긍정을 이루는 좋은 생각들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나름대로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았다.
l. 소망 가운데 인내하라
인내심은 목표지향적이다. 결코 도달하지 못할 목표를 두고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년 전에 내 골프 실력이 일취월장할 때였다. 가끔 잘 맞는 날이면 70대 스코어를 내기도 했던 시절이었는데, 어느 날 라운드 전반 9홀에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스코어 53타를 기록하였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 없어 도중에 포기하려고 생각했는데, 동반했던 선배의 한 마디가 나에게 희망을 주면서 인내하도록 만들었다. “자네 후반에 잘 쳐보게, 아마도 오늘 전반과 후반이 가장 큰 격차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네.” 그 말에 힘입어 나는 후반에 38타를 쳤고, 무려 15타를 개선하여 내 평생 최고의 개선 기록을 만들게 되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는 곡하고 애통하겠으나 세상은 기뻐하리라 너희는 근심하겠으나 너희 근심이 도리어 기쁨이 되리라”(요 16:20)
2. 태풍의 눈처럼 고요히 경기하라
아무리 험악한 태풍이라도 그 태풍의 눈은 매우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플레이 할 때 집중도가 무척 높아진다. 잭 니클러스는 “집중은 불안감을 치료하는 좋은 해독제이다(Concentration is a fine antidote to anxiety)”라고 말했다. 골프 경기에서 갤러리들에게 정숙을 요구하는 것은 플레이어들이 최선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남산의 국궁장 활터에는 習射無言(습사무언)이라고 대리석에 크게 조각해 놓았다. 떠버리 동반자와 라운드 때에 특별히 스코어가 나쁜 것도 같은 원리이다. 적어도 프리샷 루틴은 고요하게 시작하여야 한다.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사 30:15)
3. 쉬운 클럽으로 그립은 내려 잡고
타이거 우즈가 나이 30줄에 들면서 2번 아이언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용은 선수는 다루기 쉬운 유틸리티 클럽을 즐겨 사용한다. PGA 챔피언십 경기에서 타이거 우즈를 이겼을 때 추억의 고구마(기억에 남는 하이브리드 클럽을 의미하는 나만의 표현이다) 한 방처럼 가급적이면 다루기 쉬운 클럽으로 플레이 할 때 자신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은 의외로 롱 아이언이나 3번 우드처럼 긴 클럽을 잡고 사투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설사 불가피하게 긴 클럽을 잡더라도 신지애 선수처럼 그립을 짧게 내려 잡아 컨트롤을 높이는 것이 아주 좋은 생각이다. 나는 그립의 끝을 충분히 남기라는 뜻으로 “그립도 십일조 하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