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사운드·개성 만점 가사로 컴백… 2집 음반 낸 원맨밴드 ‘검정치마’

입력 2011-07-31 19:37


검정치마(본명 조휴일·29)가 최근 발표한 2집 음반 표지엔 난파되기 직전의 배 한 척이 그려져 있다. 뒤표지는 누군가가 물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모진 풍랑을 만나 끝내 익사하고 마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앨범 명은 이렇게 적혀 있다. ‘돈트 유 워리 베이비. 아임 온리 스위밍(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난 그냥 수영하고 있을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거다.

최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검정치마는 앨범명에 대해 “사람들에게 ‘난 수영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안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따져 묻진 않았지만, 굳이 이런 안부를 전하는 건 2집에 담긴 음악과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다.

검정치마가 2008년 내놓은 데뷔 음반 ‘201’은 음악 애호가와 평단에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그래서 그의 2집은 더 강하고 화려해질 것으로 짐작됐다. 하지만 결과물은 다르게 나왔다. 힘을 쫙 뺀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지난 2년여의 시간을 노래했다. 검정치마의 예상을 벗어난 행보를 의아해할 사람들에게 앨범명은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는 인사로 읽힌다.

“새 앨범에서는 정말 대중적인,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고 나올 거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2집에서는 대중들과의 간격을 확 줄여놔야지. 그 이후에 내가 하고 싶은 음악 해야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결국엔 제가 그때그때 하고 싶었던 음악으로 음반을 채우게 됐어요.”

검정치마가 거론될 때 언제나 부연되는 건 그가 그려온 삶의 궤적이다. 그는 199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삶의 대부분을 뉴저지에서 보냈다.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MTV를 통해서다. 검정치마의 음악이 서구적 세련미와 한국적 감성이 함께 있다는 의미의 ‘서구적인 한국 인디 팝’으로 명명되는 건 ‘뮤지션 조휴일’의 정체성에 이처럼 한국과 미국이 포개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음반에 담긴 ‘젊은 우리 사랑’을 비롯한 많은 곡에서는 산울림이나 김광석의 흔적이 느껴지는데, 그는 이런 선배들의 음악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뮤지션은 서태지와 듀스”라고 말했다. 데뷔 이후엔 주로 국내 인디 뮤지션들과 교류가 있었지만, 요즘 즐겨듣는 음악을 묻자 “걸 그룹 2NE1을 좋아한다. 굉장히 독특하고 퀄리티가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뮤지션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새 음반이 나왔을 때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에 크게 만족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한 아쉬움만 표시하는 쪽이 있다. 검정치마는 후자였다. 만족도를 묻자 “65점 밖에 못 주겠다. 가사를 뺀, 음악적인 부분만 놓고 보면 하지 못한 게 많다”고 자평했다.

이어 3집 계획을 묻자 “벌써 노래는 다 만들어 놨다”며 “3집 역시 많은 분들이 검정치마에 전혀 기대 안 하셨던 음악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예전엔 ‘뮤지션으로서 정상을 찍어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는데 지금은 안정된 게 좋은 거 같아요. 음악을 오래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줏대 있는 음악활동을 해나가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