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증액 주말 협상 급진전…공화·민주당안 한차례씩 부결
입력 2011-08-01 00:22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관련 여야 협상이 시한을 이틀 앞두고 극적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각자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상대방의 안을 서로 부결시켰다. 하지만 백악관과 양당이 주말에도 휴일 없이 협상을 진행했고, 여기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전해지면서 극적 타결 여부가 주목된다.
◇물밑 협상 진전=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31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 협상과 관련, “민주당과의 합의 도달에 아주 근접했다”고 말했다. 매코넬 대표는 이날 오전 CNN방송에 출연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우리가 지지할 만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에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플러프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날 NBC방송에 나와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오늘이 분명 중요한 날”이라면서 “돌파구가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해리 리드 원내대표는 애초 이날 오전 1시로 예정했던 ‘리드 안’의 상원 표결을 오후 1시로 연기했다. 표결 연기는 백악관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AFP통신은 “백악관에서의 협상이 거의 타결에 이른 것 같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가 정한 협상 시한은 2일이다.
◇표결 일진일퇴, 입장 차이는=미 정계는 지난 29일부터 한바탕 기싸움을 치렀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낸 채무한도 증액 관련 법안은 이날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다음날인 30일엔 공화당의 ‘복수’가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인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의 법안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채무한도 증액에 관한 양당의 이견은 많이 좁혀졌다. 다만 일을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민주당은 채무한도를 이번에 대폭 올리자는 것이고, 공화당은 급한 불을 끈 뒤 재정적자 감축안을 마련하고 나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리드 안’에서 민주당은 연방정부 채무한도를 현 1조4300억 달러에서 2조4000억 달러로 증액하고, 이를 2013년까지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2012년 대선 전까지 부채 문제가 현안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속내다.
공화당은 ‘베이너 안’에서 채무한도를 일단 9000억 달러 증액하고, 추가 협상을 통해 더 늘리자고 주장한다. 추가 협상에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재정적자 감축 법률안 마련이다. 재정적자 감축 규모는 적어도 1조8000억 달러는 돼야 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