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직 최고위원에 호남 배제는 부적절” 한나라당 내 반발 확산
입력 2011-07-31 19:32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를 모두 충청권 출신으로 채우겠다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행보를 놓고 당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당내 호남 출신과 친박근혜계 인사들은 “호남포기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며 홍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정용화 광주·전남 지역발전특별위원장은 31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방적인 홍 대표의 방침으로 호남에서는 한나라당이 호남을 버렸다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나라당 노골적 호남포기’란 제목이 1면에 실린 지난 28일자 광주지역 신문을 소개했다.
정 위원장은 “홍 대표는 지난해 7·14 전당대회 전 광주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가 되면 정말로 호남에서 인정받는 대표가 되겠다’고 말했고 올해 6월 비전발표회에서도 비슷한 말을 해 호남인의 기대가 컸다”며 “이렇게 약속을 저버리는 건 많은 사람에게 실망과 아쉬움만 남길 뿐”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광주와 전남북 등 3개 시·도 한나라당 당협위원장들도 1일 광주시청에서 비판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여당 대표가 특정 지역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지역갈등과 분열을 다시 부추기려 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힐 예정이라고 정 위원장은 전했다.
친박계 의원들 역시 그동안 호남에 공을 들여왔던 박근혜 전 대표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홍 대표의 인선안은)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신설해 최초로 호남 출신 최고위원을 지명했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인 전남 신안만 6차례 방문하는 등 국민통합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박 전 대표의 노력을 한꺼번에 뒤집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최고위원들도 “인선을 강행하려는 순간 ‘홍준표 리더십’에 결정적인 흠이 갈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1일 광주광역시 방문을 앞두고 있는 남경필 최고위원은 “당의 큰 방향이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호남을 배려하자는 것이었고, 그런 큰 방향은 역사성을 가져온 것인데 홍 대표가 당의 총의도 없이 이를 바꾸는 건 적절치 않다”며 “(당 방향은)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가 역대 당 대표 중 호남에 대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느냐. 직접 반응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보나마나 (박 전 대표도) 홍 대표 방침이 크게 잘못된 것이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