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회까지 손뻗은 간첩”… 野 “통합 저지용 기획수사”
입력 2011-07-31 21:18
정치권이 민주노동당 당원과 전 민주당 당직자가 연루된 간첩단 사건으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여당은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며 야당들을 압박하고 나섰고, 야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야권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31일 “북한의 간첩 활동이 국회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면서 “수사당국이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9일 민주당 출신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이었던 이모씨를 구속하고, 민노당 소속 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일부 야당과 진보매체들이 간첩단 수사의 발목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간첩단 사건은 정치적 사건으로 다뤄서는 결코 안 되며, 국가안보는 정략이나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사 대상에 당직자 8명이 포함된 민노당의 위기감은 크다. 우위영 대변인은 “(검찰 수사는) 야권통합을 저해하기 위한 기획된 공안탄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정희 대표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전인 지난 2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던 공안 탄압이 재현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우 대변인은 “목에 칼이 들어오고 있는데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해서 우리에게 불리한 사건이지만 미리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반응을 일단 자제하고 있다. 구속된 이씨는 17대 국회 당시 당직자가 아니었고, 이후에도 비상근직으로 근무해 당직자로 보기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의 공식 발표도 없고, 그가 어떤 간첩행위를 했는지 명확히 나온 것도 없다”며 “좀 더 지켜보고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들은 이번 사건이 야권통합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6년 민노당 전 중앙위원이 북한에 가 충성서약을 해 논란이 됐던 ‘일심회 간첩단 사건’으로 진보진영 내에서 종북주의 논쟁이 일었고,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 등은 종북주의와의 단절을 주장하며 탈당해 2008년 3월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또다시 종북주의 논쟁을 불러올 경우 9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민노당과 진보신당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국민참여당, 민주당과의 통합 내지 선거 연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용택 김원철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