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한달] 무너지는 ‘독과점”… 양대노총의 고민
입력 2011-07-31 19:17
복수노조 시행에 따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양분하던 노동계의 독과점 체제가 무너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양 노총은 무노조 사업장 포섭에 나서면서 노조법 재개정 투쟁 등에서 힘을 합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31일 복수노조 시행 한 달의 경과를 혹평했다. 도입 명분과 다르게 어용노조만 양산해 기존 노조 흔들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삼태 한국노총 대변인은 “복수노조 이후 신설된 노조의 80∼90%는 소규모 조직이고 대부분 사측의 필요로 만들어진 페이퍼 노조”라며 “각 사업장에서 사측의 교섭창구 단일화 요구로 기존 노조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도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모두 제한시키는 독소조항으로 어용·친기업 노조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사업장에서 교섭권을 놓고 노조끼리 다투는 노노 갈등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인천 삼화고속에서는 파업을 풀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던 중 민주노총, 한국노총, 사측계열로 노조가 분열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양 노총은 일단 공조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두 노총은 발전적 경쟁으로 지역노조 조직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복수노조는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제도”라며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키로 했다. 양 노총 울산본부는 지난 6월에도 최저임금제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각종 현안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 정권이 복수노조 등 반(反)노동정책으로 일관하니 자연스럽게 뭉치게 된다”며 “온건노선인 한국노총까지 변하게 만든 것은 순전히 정부의 노동정책”이라고 말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주도하는 제3노총 세력화도 양 노총에 큰 위협이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 일부 지역 지하철노조 등 수십 곳이 제3노총 가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의 복수노조 시행으로 제3노총 설립에 유리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발언은 제3노총이 친정부·친기업 노조임을 시인한 것”이라며 “장관이 노동계에 편향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