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이길 힘은 사랑뿐” 노르웨이 뒤덮은 OSLOVE

입력 2011-07-31 19:04

그들은 테러에 무력으로 맞서지 않았다. 대신 사랑으로 위로했다.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상 최악의 테러에 상처받은 노르웨이에서 긴급구조대와 경찰, 소방관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노르웨이 경찰은 이번 사건에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시민들은 그러나 분노를 표출하기보다 평화와 화합을 다짐하는 콘서트로 이들을 격려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수도 오슬로 시내의 오슬로 대성당에서 경찰관과 구급차 운전기사, 긴급 의료원, 소방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테러 수습과 구호 활동에 애쓴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콘서트가 개최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콘서트에서는 노르웨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올레 파우스, 커트 닐슨 등 유명 노르웨이 음악가들이 대거 참가했다. 하콘 왕세자와 정치인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집권 노동당의 당사 밖에선 대형 스크린을 통해 콘서트가 중계됐고, 500여명의 시민들이 야외에 앉아 이 장면을 지켜봤다.

테러 이후 희생자를 위로하려는 추모객들이 놓고 간 장미로 꽃밭을 이룬 대성당 밖에는 장미 한 송이로 경찰 등에 경의를 표하려는 시민들의 행렬이 늘어섰다. 시내 구급차들의 앞 유리창에도 장미가 쌓였다.

우토야 섬 총기 난사로 친구를 잃고 자신도 정부청사 폭탄테러 때 청사에서 간신히 탈출했다는 한 여성은 “그들은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며 구조대원과 경찰관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또 다른 시민도 “이번 재앙의 현장에 가장 먼저 있었던 긴급구조대에 감사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에는 수도 오슬로(Oslo)와 사랑을 뜻하는 ‘러브(love)’의 합성어인 ‘오슬러브(Oslove)’가 국민적인 구호로 떠오르고 있다. ‘love’의 ‘o’자를 심장(♡) 모양으로 바꾼 ‘오슬러브’ 로고가 오슬로의 곳곳을 뒤덮었다고 AF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비극의 현장인 우토야 섬으로 건너가는 부둣가의 바위들 곳곳에도 ‘오슬러브’ 문구가 새겨졌다. 오슬로 대성당 한쪽에 놓인 ‘우리를 떠나간 이들을 위해, 누군가를 잃은 이들을 위해, 살아남은 이들을 위해, 비통해하는 이들을 위해,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해’라고 적힌 카드는 슬픔에 잠긴 방문객을 위로했다. 오슬로 시장은 대성당에 쌓인 추모 메시지와 그림을 모아 노르웨이 국가 기록보관소에 보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