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굵어진 빗줄기에 피해주민들 다시 피신

입력 2011-07-31 21:18

서울 우면산 일대 산사태 복구현장은 31일 오후부터 다시 굵어진 빗줄기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방배동 남부순환도로 주변 아파트 복구현장에서는 산사태 등 추가 비 피해를 막는 작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남부순환도로와 우면산 경계는 흙포대로 1~2m 높이의 방벽이 만들어졌고 토사가 할퀴고 지나가면서 흙이 드러난 산 비탈면에는 거대한 방수포가 씌워졌다. 3명이 숨진 래미안아트힐아파트 앞에는 철제 방벽을 세워 추가 피해를 예방했다. 주변에는 경찰 버스, 소방차, 구급차, 경찰 특공대 폭발물처리반(EOD) 차량 등이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지반이 약해져 폭우가 또 내리면 어디가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들도 불안에 떨었다. 2명이 사망한 임광아파트의 주민 김모(48)씨는 “산사태 충격으로 아파트 주변 콘크리트 구조물 여기저기에 금이 갔다”면서 “주민 상당수가 불안해 친척집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부순환도로와 임광아파트 경계를 이루는 벽은 곳곳에 금이 가 작은 충격에도 콘크리트 더미가 아파트 주차장으로 쏟아질 듯했다. 임광아파트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은 29~30일 긴급반상회를 열고 왕복 8차선인 남부순환도로의 절반 정도가 물에 잠기면 저층 주민들은 무조건 전원 철수하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남태령 전원마을 사정도 비슷했다. 마을 통로에 쌓였던 흙더미와 나무는 거의 치워졌고 군, 경찰, 소방인력과 자원봉사자 1000여명은 주택 지하의 물을 빼냈다. 산비탈면에서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오가며 배수로 복구를 서둘렀다. 지하실 물을 빼내던 박모(66·여)씨는 “아무리 물을 빼도 배수로가 또 막히면 집안으로 다시 물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면서 “밤새도록 지하실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마당에 나와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원마을 수재민들은 마을 안 등대교회에 마련된 임시거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집으로 가 청소를 하는 등 복구작업을 계속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지모(63·여)씨는 “세탁소 안에 들어온 흙탕물을 치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헝겊들을 다 써버렸다”며 “비가 더 들이치면 무엇으로 막아야 할지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우면산은 붕괴될 만한 지역은 모두 무너져 추가 산사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강수량에 따라 추가 산사태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지반이 약해진 다른 산들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