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남-북·북-미, 한계 보였지만 관계개선 길 열렸다
입력 2011-07-31 21:17
인도네시아 발리 남북 비핵화 회담과 뉴욕 북·미 회담으로 한반도 정세 흐름은 일단 대화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 같은 평가는 뉴욕 회담 후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건설적이었다”는 언급에서 나타난다. 그동안 꽉 막혔던 남북관계나 북·미관계를 감안한다면 의미 있는 전환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미국과 대화 재개, 관계 개선의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 부상도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국 간 후속 대화가 예정돼 있다는 뜻이다. 이번 회담의 가시적인 성과다.
한계도 뚜렷했다. 양측은 의례적인 수사로도 만들 수 있는 공동성명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이 애당초 의제가 있는 회담이라기보다 서로 의중을 탐색하는 예비회담으로 간주했고, 양측이 주요 현안에 이견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담장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는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였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할 말을 다 했다.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모든 핵 활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9·19공동성명 이행 확약, 향후 도발 중지를 요구했다. 특히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평화협정 논의, 북·미관계 정상화, 대북제재 해제 등을 언급하며 미국 측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량지원 문제도 논의됐다. 둘째 날 회담에는 대북식량 문제를 담당하는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대화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의 분배 투명성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식량 지원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회담 이후 미국의 초점은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진정성 확인에 모아진다. 미국이 진정성을 확인하는 분석에는 한국 정부의 시각도 중요하다. 북·미 대화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시각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회담 후 한국 정부와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가장 먼저 발표한 것은 한국을 배려하는 뜻도 있지만 북·미 대화를 계속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미국도 안정적인 한반도 상황관리, 국내정치적 이유 등으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미국은 또 북한에 남북대화 병행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발리 남북회담에서 핵 포기와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방안에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처럼 남북대화를 형식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또다시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한반도 정세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는 지금은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주도적으로 작용할 수도, 종속적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변곡점이다. 외교통상부 조현동 북핵외교기획단장은 8월 중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보즈워스 대표 간 고위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