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제동 걸린 ‘희망버스’… 3차, 큰 충돌없이 끝나 1명 연행

입력 2011-07-31 21:15

한 치의 양보 없이 극한으로 치닫던 ‘희망버스’는 결국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우려했던 물리적인 충돌도 없었다. 사상 최악의 물난리로 온 나라가 어려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정치 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이번 행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희망버스가 아니라 절망버스’라는 부산 지역 민심도 희망버스의 무한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위치한 영도 주민들은 “폭우로 남부순환도로인 절영로가 30여m 붕괴돼 희망버스 행사가 강행되면 섬 전체가 마비된다”며 “행사를 육탄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었다. 부산시와 상공계,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하며 ‘희망버스 절대 반대’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다.

여론에 밀린 희망버스 기획단은 교통정체를 유발하는 거리행진 대신 31일 오전 6시 무렵까지 1박2일의 문화행사로 대체했고, 오후 1시30분쯤 자진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우려와 달리 시위대와 경찰과의 충돌은 거의 없었다. 이번 희망버스 행사를 막기 위해 부산을 찾은 서울·경기지역의 어버이연합 회원 조모(72·경기도 남양주)씨가 몸싸움 도중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경찰의 폴리스 라인을 훼손한 혐의로 고모(39·전북 군산)씨가 경찰에 연행돼 조사받은 것이 전부다. 1, 2차 희망버스 때 경찰이 100여명을 연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희망버스 행사 참가자 수도 당초 예상한 2만명에 크게 못 미친 7000여명에 불과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집회도 한 곳이 아닌 부산역과 서면 등 6곳에 분산되면서 투쟁동력이 약화됐다. 크레인에서 208일째 농성 중인 김진숙 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한진중공업 인근으로 모인 인원이 3000여명에 그쳤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8개월째를 넘어서면서 갈등 구조도 더 복잡해졌다. 노사 간 대립이 사측과 노동계의 갈등으로 번진 데 이어 사측과 진보 진영의 갈등으로 비화했고, 최근에는 시민·사회단체들 간의 반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도 여야로 나뉘어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으며, 야권 내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희망버스 기획단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4, 5차 희망버스 행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영도구 11개동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박태석(63) 회장은 “희망버스 행사가 별 충돌 없이 끝나 다행”이라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희망버스 행사를 더 이상 추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