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코뱅크’ 편법 인수 재경부는 모르는 척… 부산저축銀, 캄보디아 투자 또 불거진 의혹
입력 2011-07-31 19:16
부산저축은행이 2006년 7월 캄보디아에 ‘캄코뱅크’를 설립할 당시 금융 당국의 감독망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부산저축은행 측의 주식지분 쪼개기 등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 위원인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은 31일 부산저축은행의 법률자문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캄코뱅크 지분 인수에 나섰지만 다른 은행 주식을 10% 미만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상호저축은행법과 외국환거래법 규정 때문에 인수가 여의치 않았다.
이에 부산저축은행은 직접 지분으로 9.7%, 부산2저축은행을 통해 9.8%를 인수한 다음 공동투자자를 모집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컨소시엄 참가 업체인 서울신용평가정보, 현대페인트 등 4개 법인이 9.5%씩, 산경 M&A캐피탈은 6.5%를 샀다.
국내 법인의 경우 10% 미만의 해외 금융사 주식을 인수할 경우 까다로운 승인절차 없이 한국은행에 해외증권 취득 허가신고서만 제출하면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지분이 10%를 넘을 경우에는 한국은행이 아닌 재경부에 신고해야 하며 투자신고서뿐만 아니라 사업계획서 경비명세서 이사회회의록 등 방대한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알고 있던 부산저축은행 측은 자문법률회사를 통해 재경부에 확인을 요청했고, 재경부는 “10% 미만이라 하더라도 이처럼 많은 한국 기업이 9%대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나중에 경영권까지 확보하려는 ‘잠탈(潛脫)’ 의도가 명백하기 때문에 재경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재경부 측은 최종 심사 과정에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부산저축은행의 구두 확인을 받은 뒤 한국은행 신고로 대체토록 했다. 이후 부산저축은행은 현대페인트 등의 주식을 모두 사들여 지분 50%를 확보, 캄코뱅크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독점했다.
이 의원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이 획일적으로 10% 미만대로 투자한 것은 규정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금융 당국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재경부는 부산저축은행의 캄코뱅크 설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보고 한국은행에 우회 신고토록 도와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개발사업 과정에서 1000억원대 자금이 캄코뱅크를 통해 사라졌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