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대주주 은행들, 노사문제 해법은 극과 극

입력 2011-07-31 18:16

외국계 주주가 들어선 뒤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SC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이 서로 다른 해법을 보이고 있다. 한쪽은 양보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대화를 통한 합의점 모색에 나서고 있다.

파업 35일째를 맡고 있는 SC제일은행은 지난 20일 리처드 힐 행장과 김재율 노조위원장의 협상이 결렬된 후 공식적인 교섭이 전면 중단됐다. 지난 28일 SC제일은행 간부와 임원들이 버스를 타고 노조원들이 파업 중인 강원도 속초의 한 유스호스텔을 찾았지만 입구에서 노조와 마찰만 빚다 되돌아갔다.

이는 2008년 1월 23일 알리안츠생명 노조 파업과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알리안츠생명도 SC제일은행처럼 성과급제를 도입하려다 문제가 시작됐다.

알리안츠생명 노조는 SC제일은행 노조처럼 속초의 콘도에 모여 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파업 동참자 대량해고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노조는 SC제일은행 노조처럼 독일 본사까지 찾아가 항의 투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설계사는 1000명 이상 빠져나가 고객 기반이 붕괴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측이 겉으로는 대화를 통한 협상만이 해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입장을 전혀 굽히지 않고 있는 모양새”라며 “노사 모두 상대방이 먼저 협상안을 내놓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노조에 의해 출근저지까지 당했지만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노조 측과 꾸준히 접촉해 양측 간 대화가 진전되고 있다.

클레인 행장은 지난 29일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과 만나 신갈연수원 증축과 직원 연수 기회 확대, 하반기 신규 영업점 개설 등 장기발전 전략을 약속했다. 이에 노조도 8개월 동안 지속해온 ‘투쟁복’ 시위를 접고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도 멈추기로 했다.

은행업계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 외국계 사측이나 한국식 토종문화를 주장하는 노조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