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연내 1000원 붕괴?… 증권사 등 13곳 중 11곳 하향 전망

입력 2011-07-31 18:14


달러 약세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내 1000원 밑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환율하락 여력이 여전히 많다는 외국의 시각도 원화가치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화가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초약세를 보인 점을 들어 환율 움직임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연말 1000원 붕괴 가능=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증권사와 투자은행, 민간연구소 13곳 중 11곳이 최근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LG경제연구원,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증권 등 7곳은 일시적으로 1000원 선 붕괴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5곳은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로 이르면 올 하반기에도 환율이 1000원 밑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동향분석실팀장은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평균 1020∼1030원까지 내려올 수 있고 1000원 선 아래로도 충분히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허인 국제금융팀장도 “연말쯤에는 환율이 1000원까지 떨어질 수 있고 그 아래로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5일 집계한 한국의 빅맥지수는 3.5로 주요 37개국 중 22번째로 높았다.

이는 한국에서 빅맥 햄버거 1개의 가격이 3.5달러라는 뜻으로 미국에서 빅맥 하나 가격이 4.07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원화가 14%가량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외국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 특성이 변수=지난 29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 정부의 부채협상 난항 소식에도 불구하고 1053.5원으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지난주 외환당국이 수차례 시장에 개입해 환율 하락을 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원·달러 환율 1050원 선을 지키려 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 특성상 정부가 환율 하락을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전반적인 원화값 상승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속도는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대외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환율 향배의 변수다. 미 채무불이행 우려가 높아지면 세계 경제가 흔들리게 되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에도 엔화 및 유로화와 달리 원화는 달러당 1500원까지 치솟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외경제가 불안해지면 외국 자본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된다”며 “달러와 원화가치가 동시에 떨어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