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장 비서관까지 北 간첩이었다니

입력 2011-07-31 17:58

북한의 직접 지령을 받아 1994년에 구축된 뒤 지금까지 활동해온 남한 지하당 ‘왕재산’ 조직이 당국에 적발돼 5명이 구속됐다. 특히 구속된 고정간첩 중에는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이었던 이모씨가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각종 국가 기밀과 정보사항을 접할 수 있는 국회의장 비서관이 북한 간첩이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과거 서독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귄터 기욤사건’의 한국판이라고 할 만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간첩이 또 어느 예상 못한 곳에서 암약하고 있는지 특히 정계를 중심으로 철저히 색출해내야 한다.

당국 조사에 따르면 왕재산의 2인자로 서울시 총책을 맡아 지하당 활동을 주도해온 이씨는 민주당 당직도 맡은 적이 있고, 2008년 총선 때는 실패하기는 했지만 민주당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 검찰측은 ‘임 전 의장은 이번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고 민주당과도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정말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수사에 미리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 전 국회의장이든 제1야당이든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수사해 법대로 처리하는 게 옳다.

이는 당원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된 민노당에도 해당된다. 당국은 민노당 소속 현직 구청장 2명을 포함해 약 15명의 인천지역 민노당 간부와 당원들에게 참고인 출석 요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른바 진보정당 통합을 추진 중인 민노당은 ‘민노당을 흠집내 보려는 몸부림’이라거나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한 비열한 공안 탄압의 재현’이라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보문제를 ‘색깔론’ 같은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려는 민노당의 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민노당은 2006년 ‘일심회 간첩단사건’ 등 공안사건에 당원들이 연루된 전력이 있다. “민노당이 연루된 간첩사건이 계속 터지는 것을 우연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만큼 정치적 고려를 일절 배제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차제에 시대 변화에 따라 북한 간첩이라면 대체로 철 지난 과거 일인 양 여기는 남한 사회의 그릇된 풍조도 바로잡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