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국제음악제 참여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공기·음식·분위기 모두 좋다”
입력 2011-07-31 21:27
2018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평창은 지금 클래식에 흠뻑 취해 있다. 동계올림픽을 위해 마련된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등 강원도 일대에서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는 것. 음악제 예술감독인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비롯해 손열음 권혁주 강주미(클라라 주미 강) 등 젊은 유망주들과 크리스토프 베그젠, 토드 필립스, 노부오, 로베르토 디아즈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대관령에 모였다.
30일 쇼팽 연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미국 출신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48)를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음악제에서 쇼팽 독주 뿐 아니라 ‘정트리오’ 외에는 좀처럼 3중주 연주를 하지 않는 정명화·정경화 자매와의 연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예술감독 두 분의 이름은 학생 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1980년대 후반이던가, 보스턴에서 열리는 탱글우드 음악제에 학생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정경화 선생이 보스턴교향악단과 협연했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정경화 선생이 당신을 ‘음악가로서 태도가 된, 순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렇게 말씀하셨다니 정말 기쁘다. 음악을 하는 목표 중 하나가 나 스스로 순수한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내악을 연주할 땐 이기적인 면모를 버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마음을 여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제 생각은 여러 가지 생각 중 하나밖에 안 되는 거지요. 음악이라는 게 가장 큰 목적이고 내 실력을 보이는 건 나중으로 생각해야 해요. 저는 음악이 저를 교육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처음 배웠고 일곱 살 무렵엔 이미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때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 오라고 했는데 첫 번째로 피아니스트, 두 번째로 소방관, 세 번째로 주유소 직원이라고 썼던 기억이 나요(웃음). 어려서부터 피아노의 음색과 화음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는 4일 세계적인 클라리넷 주자 리처드 스톨츠만과의 협연도 앞두고 있다. 대관령을 찾은 한국의 음악학도들에게 레슨도 할 예정이다.
그는 대관령국제음악제에 대해서 “알펜시아리조트는 올림픽이 아닌 음악제를 위해 지어졌다고 생각될 정도”라며 “공기와 음식,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제 일정을 마친 뒤 8일 거주지인 폴란드로 돌아갈 예정이다.
대관령=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