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재료·기법… 창작인가, 모방인가
입력 2011-07-31 17:53
창작과 모방의 기준은 무엇인가. 남의 작품을 베끼는 것은 정당한가. 1980년대 초 남관과 이응로의 글씨 추상이 서로 닮아 지면상 논쟁을 벌인 적이 있듯이 미술계 표절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동일한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가 늘어나면서 비슷한 이미지의 작품이 양산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음악이나 문학 분야에 비해 미술은 관대한 편이다.
최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진 조민숙 작가의 ‘나무’ 작품은 ‘싸리작가’로 잘 알려진 심수구 작가의 작품과 재료 및 기법 면에서 거의 동일했다. 심 작가의 작업은 나무 단면을 화면에 빼곡히 채워넣는 방법으로 ‘바람처럼’ ‘고슴도치같은’ 등 미니멀한 형상을 드러내는데, 조 작가의 전시작 역시 나무 굵기나 붙여놓은 상태 등이 너무도 흡사했다.
차이점이라면 심 작가는 싸리나무나 밤나무를 사용하고, 조 작가는 동백나무를 이용하면서 철 작업을 겸한다는 것이다. 조 작가는 “심 작가의 작품을 익히 알고 있지만 닮은 것은 우연의 일치이지 모방하거나 베낀 것이 아니다”며 차별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심 작가의 작품을 잘 아는 미술계 인사들은 “남의 작품과 똑같은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작가적 양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정립하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친다. 10여년을 나무작업에 매달려온 심 작가는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매진되는 등 좋은 평가를 얻었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 진출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심 작가가 땀 흘려 일군 작품세계를 거리낌 없이 모방한다면 ‘남의 밥상에 숟가락 들고 앉는 격’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