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연평도를 ‘희망의 바다’로… 인천아트플랫폼 ‘분쟁의 바다, 화해의 바다’展

입력 2011-07-31 20:47


두 남자가 바닷가 백사장에서 서로 곁눈질을 하며 각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 남자는 많이 본 얼굴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이다. 그렇다면 왼쪽은?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르겠지만 해병대원 현빈이다. 이명복 작가의 ‘두 남자’는 분단 상황에 놓인 한반도를 상반된 두 사람의 캐릭터를 통해 반추하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인천 근처의 섬과 바다를 주제로 분단의 아픔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되새기는 제1회 인천평화미술 프로젝트 ‘분쟁의 바다/화해의 바다’ 전이 열리는 인천아트플랫폼(관장 이승미) 전시관에 걸렸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예술가 60여명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를 답사한 뒤 작업한 결과물 100여점으로 구성됐다.

회화 조각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은 천안함 폭침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분쟁의 바다이자 아직도 포격의 잔해가 남아있는 섬들에서 분단의 상처와 그럼에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봤고 이를 작품에 담아냈다. 백령도가 고향인 박충의 작가는 42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을 찾아 40여일간 머무르며 다시 만난 친지와 주민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만화작업을 하는 김광성 작가는 연평도 포격의 폐허 속에서 무지갯빛 우산을 쓰고 서 있는 소녀를 그린 ‘우리의 염원 1’이라는 작품을 통해 꺾이지 않는 희망을 표현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인 이용백은 꽃밭 속에 숨어 있는 군인이 무기를 들고 움직이는 장면을 담은 영상작품 ‘엔젤 솔저(Angel-Soldier)’로 평화와 전쟁의 이면을 보여준다.

1800년대 후반에 건립된 허름한 건물의 전시장 벽면에 비추는 이이남 작가의 영상작품 ‘경계를 넘어’는 갈매기 끼룩끼룩 춤추는 서해 바다의 일몰 과정을 잔잔한 채색의 그림처럼 펼쳐 보인다.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떼를 나무로 조각한 윤석남의 ‘어시장’이 역동적이고, 전시장 앞길에 설치한 김주호의 ‘연평 평화카페’가 잠시 쉬었다 가라며 관람객들을 손짓한다.

인천 해안동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 위치한 인천아트플랫폼은 1883년 개항 이후 건립된 옛 일본우선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를 비롯한 근대 건축물들을 리모델링해 창작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 등으로 조성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이승미 관장은 “인천을 대표하는 예술 행사가 되도록 ‘평화미술 프로젝트’를 매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 항구도시 인천은 문화예술에 대한 향유를 대부분 서울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변변한 미술관 하나 없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200m가량 조성된 인천아트플랫폼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전시장 관람 후에는 맥아더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을 둘러보고, 차이나타운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는다면 금상첨화의 문화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8월 28일까지(032-760-10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