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무더위 복병 ‘일사·열사병’
입력 2011-07-31 17:42
서울과 중부 지방이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끝에 다시 땡볕 더위가 시작될 모양이다. 수해 피해 예방 노력 못지않게 뜨거운 태양빛으로 인해 각 지역에서 일사병, 열사병 등과 같은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특히 노인이나 영·유아, 고도 비만자, 야외 근로자, 만성질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사병은 더운 공기와 강한 햇볕에 의해 우리 몸이 체온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보통의 경우 어지럼증이나 두통, 피로, 무기력함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한 경우 근육통, 저혈압, 빈맥, 실신, 정신이상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폭염에 장시간 노출된 후 정신이상 증상이 나타날 때는 열사병 때문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일사병은 염분과 수분 부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섭취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그러나 열사병은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질병이므로 무엇보다 발생 초기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일사병과 마찬가지로 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돼 발생하지만 고열과 함께 정신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과열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나며 탈진 상태를 보이고 토하거나 설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맥박도 정상수준보다 빠르게 뛴다.
따라서 주위에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환자 체온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먼저 환자를 시원한 그늘로 이동시키고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거나 벗긴다. 환자가 의식을 잃는 경우일수록 옷을 많이 벗기는 게 좋다. 이어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요청한다. 환자가 의식을 잃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부가 뜨겁고 붉게 보일 때’와 ‘체온이 높을 때’도 119에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물론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환자 체온을 낮추는 냉각 처치를 실시한다. 냉각 처치는 피부에 물을 뿌리고 부채질을 하는 방법으로 한다. 피부에 뿌린 물을 증발시킴으로써 기화열로 체온을 낮춰주는 것이다. 굳이 찬물을 써야 할 필요는 없다. 부채질은 타월 같은 것을 이용해 최대한 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좋다.
환자의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등에 얼음찜질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냉열 전도를 통해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얼음은 흘러내리지 않도록 수건 등으로 꼭 싸서 대고, 얼음이 없다면 주변 가게의 아이스크림을 이용해도 된다.
얼음찜질은 가슴이나 배 위보다는 겨드랑이, 사타구니, 허벅지 안쪽이나 목 부위 등과 같이 오목한 신체 부위에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위정희 교수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