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 할퀸 지역 ‘수인성 전염병’ 조심
입력 2011-07-31 20:15
지난주 갑자기 서울과 중북부 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각종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해지역에선 장티푸스, 이질 등 세균성 장염과 식중독, 해충 매개성 전염병, 호흡기질환이 흔히 발생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미영 교수는 31일 “수해지역에서는 집단 발병의 위험성이 높은 수인성 전염병 예방이 빠른 수해복구 작업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수인성 전염병이란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상한 음식물을 먹은 뒤 나타나는 설사병을 말한다. 식중독은 물론 이질, 장티푸스 등과 같은 전염병이 대표적이다. 이들 질환은 모두 고열과 복통, 구토, 몸살 증상과 함께 심한 설사를 동반한다.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물이나 음식을 반드시 끓여 먹는 것이 중요하다. 식기나 도마, 수저도 평소보다 더 철저하게 끓인 물로 소독해야 된다<표 참조>.
수해지역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대장균 등 세균 감염에 의한 급성 장염이다. 오염된 음식물 섭취와 불결한 손을 통해 몸 안에 침투한 세균이나 세균이 만들어 낸 독소가 장 점막을 자극하면 장운동이 빨라지고, 이로 인해 수분 흡수가 잘 안되기 때문에 설사를 하게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이미숙 교수는 “장염으로 설사가 잦을 때는 탈수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안정을 취하면 대개 하루 이틀 뒤 멎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열이 따르는 설사를 3일 이상 계속하거나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때는 이질, 장티푸스 등과 같은 수인성 전염병을 의심해야 한다. 이질과 장티푸스는 세균에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전파된다.
이질은 설사와 발열, 복통이 생기며 주로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혈변이 소량씩 나오고, 심할 경우 하루 20∼40번까지 설사를 하기도 한다. 또 장티푸스는 40도에 이르는 고열, 두통, 근육통, 복통 증상이 생기는데 감기몸살로 오인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티푸스와 이질 환자가 발생하면 빨리 병원으로 후송해 격리 치료를 받게 하고 손을 열심히, 자주, 깨끗이 씻도록 해야 한다.
주로 포도상구균에 오염된 음식물 섭취로 생기는 식중독도 경계해야 한다. 포도상구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는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 식중독을 막으려면 조리 과정에서부터 음식물이 균에 오염되지 않도록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아울러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음식 조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상할 위험이 있는 음식은 상온에서 오래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수해복구 작업을 할 때는 체온과 피부 보호를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 보온이 잘 안 되고 습기도 많은 곳에서 물에 젖은 몸으로 복구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체온저하로 감기나 폐렴 같은 호흡기병을 얻기 쉽다.
저녁 이후에는 호흡기 병 예방을 위해 가급적 보온을 충분히 하고, 따뜻한 보리차를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작업 시 젖은 옷은 즉시 벗어서 말리도록 하고 손발도 수시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