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민중의 지팡이는 말씀·기도로 무장 시민의 영혼까지 책임져야”
입력 2011-07-31 20:56
1995년 6월. 서울 관악경찰서 관내에선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청 감식팀이 왔지만 지문 하나 채취할 수 없었다. 보통 이런 사건은 6개월을 넘기기 십상이었다. 당시 형사과장이던 김종명(58·서울 목민교회) 장로는 즉시 파출소장실로 직원들을 모았다.
“주민들의 영혼까지 책임져야 할 우리가 한 사람의 생명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을 솔직히 회개하고 주님의 도움을 간구합시다.” 주르륵 땀이 흘러내리는 통성기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날 밤 범인이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자수한 것이다. 자수동기가 특이했다. “아무리 눈을 감아도 잠은커녕 뭐가 나타나는 것만 같고 눈을 떠도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경찰서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형사과장과 파출소 직원들이 엄청나게 기도하더니 정말 어려운 사건이 해결됐다!”
8전9기의 도전 끝에 84년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88년 법제처에 근무할 때 그가 주도한 것은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외무부 내무부 문교부 신우회 공동 기도회였다. 89년 경찰청에 경정으로 특채된 뒤 첫 발령지인 전남지방경찰청에서 그가 한 첫 업무도 ‘3일 특별 기도회’였다. 청량리 경찰서에서 근무할 땐 마땅한 예배 장소가 없어 자신의 집무실을 개방했다. 97년 인천지방경찰청 형사과장으로 일할 땐 강력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금식기도까지 했다.
“정말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어요. 범인을 잡기 위해 수개월 현장에 매달렸지만 사건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하나님 앞에 빨리 나아가 무조건 회개부터 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거든요. 금식기도를 하기 위해 3일간 휴가를 내서 남양주 수동기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신기하게도 그후로 부평 여전도회장 살해범, 구월동 단란주점 강도살인 사건 등이 술술 풀려갔다.
김 장로는 분당경찰서장과 서울남부경찰서장,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감사담당관, 경찰수사연수원장, 전남지방경찰청 차장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대규모 시위 진압을 위해 현장으로 달려갈 때도, 강력사건의 벽에 부딪힐 때도, 노사분규 현장에서도 관용차와 사무실은 기도의 골방이 됐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꼼짝할 수 없을 정도의 궁지에 몰리면 그 사람의 특기가 나오게 돼 있거든요. 제 주특기는 기도였습니다. 그래서 외쳤죠. ‘만군의 여호와 아버지 하나님, 제 힘만으론 어렵습니다. 아버지께서 도와주십시오! 아버지께서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그때마다 하나님께선 정말 사건·사고 해결에 개입하셨습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신우회를 조직하고 예배 처소를 만들었다. “경찰은 토요일은 물론 주일에도 근무를 합니다. 예배당이 아닌 현장을 향하다보니 신앙적으로 위로를 받지 못해요. 그래서 영적으로 황막합니다. 경찰서가 직장선교의 땅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최전방을 지키는 국군장병을 위해 기도하지만 정작 국민의 치안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경찰을 위해 기도하는 분들은 적어요. 전국 250개 경찰서 근무자들을 위해 간절히 중보기도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09년 경찰의 별이라 불리는 경무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김 장로는 현재 법무법인 세계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지난해 26개국 전현직 경찰관이 참석하는 세계기독경찰선교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자비를 털기도 했다.
“주님께서 지방청장의 문턱에서 저를 낮추신 것도 세계 경찰선교에 힘쓰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봐요. 퇴임 직전인 2009년 12월 하나님의 은혜로 세계 기독 경찰관을 초청해 한국경찰 50년 선교 경험을 나누고 세계선교의 비전을 나눴습니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는 김 장로의 목표는 국내 경찰 선교에 힘쓰고 세계경찰 선교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뛰는 전국 10만 경찰관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이 기도와 사랑, 성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또 세계기독경찰총회를 활성화시켜 현지 경찰이 한인과 선교사들을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