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수해복구 자원 봉사자들 구슬땀… 서울 지역서만 5000여명 몰려

입력 2011-07-30 00:30

서울 사당1동 주민센터 앞마당에 가전제품을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들어왔다. 가전제품은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트럭에서 내린 백천이(50)씨는 물이 뚝뚝 흐르는 전자레인지를 주민센터 앞에 설치된 ‘가전제품 서비스센터’ 천막 안에 내려놨다.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백씨는 29일 “원래 영등포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지난 27일 기록적인 폭우로 사당 지역이 침수됐다는 얘기를 듣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백씨는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서울시내 재래시장을 돌며 야채를 운반한다. 그는 “사흘째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일을 쉬지 않았다”고 했다. 배달을 마치고 1∼2시간 눈을 붙인 뒤 오전 10시쯤 사당동 주민센터로 나와 수해 복구를 거든다. “피곤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피곤을 느낄 새도 없이 바빠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당1동 주민센터는 백씨처럼 수해 복구를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 120여명으로 북적였다. 이 동네는 폭우로 물이 무릎까지 찰 정도로 피해가 심했다. 사당1동의 2000여 가구가 침수됐다.

그러나 수해 복구를 돕겠다는 손길들이 모여 희망을 서서히 찾고 있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한국자산관리공단, 숭실대 등에서 나온 봉사자들과 전·의경, 군인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숭실대생 김은경(22·여)씨는 학교 게시판에 붙은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김씨는 접수를 받고 생필품이 가득 담긴 구호물품을 이재민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구호물품 박스가 하나씩 줄어드는 것을 보니 뿌듯하다”면서 “기력이 없는 이재민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는 4∼8명씩 자원봉사자를 묶어 피해 가구에 배정했다. 개인택시 운전자 김하영(64)씨는 “봉사활동을 하느라 영업을 쉬었다”며 “오전 9시에 와서 반지하 집을 배정받아 물을 빼내고 집안에 들어찬 진흙을 걷어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사당동의 일부 집이 수해를 입었는데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무척 안타깝다”며 “아까 구청장을 만나 하수처리 시설을 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는 수해를 입은 구로·관악·동작구 등 8개 자치구에서 하루 3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7∼28일에는 하루 1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고, 30∼31일에도 하루 3000여명이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자원봉사센터는 재해 발생 닷새 만에 1만여명이 자원봉사에 나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