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부동산 처분” 최후통첩… 정부는 속수무책

입력 2011-07-30 00:38

북한이 금강산지구의 우리 측 부동산을 처분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해 왔다. 북한은 29일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명의로 통일부와 우리 기업들 앞으로 각각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지구 남측 부동산을 처리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남측 당국이 민간기업인들을 데리고 와 당국 간 실무회담을 하는 것마저 거부함으로써 우리는 이미 천명한 대로 오늘(29일)부터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에 따라 부득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이 ‘실천적 조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측 기업들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는 “법적 처분 기한은 3주일로 이 기간에 남측 당사자들은 수속 절차에 입회해야 한다”고 알려왔다. 북한은 이날 오후 별도의 보도문을 통해 “당국의 방해로 금강산에 들어오기 어려운 기업은 제3자에게 위임하거나 제3의 장소에서 만나 등록·처리할 수 있고 기타의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은 “3주 안에 입회하지 않는 기업은 재산권 포기로 인정하고 법에 따라 처분하겠다”며 “처분된 부동산은 우리의 절차에 따라 국제관광에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북의 통보는 이날 오전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거듭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낸 직후 나왔다. 당국 간 실무회담 제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측의 일방적인 부동산 처분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측에 있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정부는 재산권 보호를 위해 법적·외교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북의 일방적 행동을 실질적으로 저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는 북측의 부당행위를 세계관광기구(UNWTO)에 제소하거나 최악의 경우 국제사법재판소에 중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지역 분쟁 조정은 기본적으로 당사자인 우리 측 기업과 북측 아태평화위원회의 몫이며, 기존 양측 합의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중국 베이징 소재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북측 조치에 대한 1차적 판단은 사업자가 하기 때문에 좀더 시간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우리 기업들은 정부와 공동 보조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