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맹경환] 바르셀로나와 서울
입력 2011-07-29 17:35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예술의 도시다. 화가 피카소와 달리, 건축가 가우디, 첼리스트 카잘스, 성악가 호세 카레라스 등이 이곳 출신이거나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월 취재차 다녀온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가 디자인한 건물들 하나하나가 관광 명소였다. 그가 없었으면 바르셀로나는 무엇으로 먹고 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울퉁불퉁한 외관에 색유리가 촘촘히 박혀 있는 ‘카사바트요’, 일렁이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카사밀라’ 등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는 가우디의 작품들로 풍요로웠다. 신시가 동북쪽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1883년 3월 19일 공사를 시작해 무려 125년 동안이나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가우디도 좋았지만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곳은 바르셀로나 외곽의 몬세라트 산이다. ‘톱으로 자른 산’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거대한 바위산에 뾰족한 산봉우리들이 연이어져 신비감마저 자아냈다. 버스로 산중턱에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까지 올라가는 길에서 놀라웠던 것은 산 주변에 건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어쩌다 보이는 건물들도 모두 단층이었다. 몬세라트의 풍광을 해치지 않으려는 배려가 느껴졌다. 서울의 허파 북한산 자락에 우후죽순 들어서 있는 아파트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기록적인 폭우에 중부지방이 초토화됐다. 춘천과 우면산 등 산사태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물론 1차적인 원인은 기록적인 폭우일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27일 하루 동안 서울의 강수량은 301.5㎜로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7월 강수량으로는 최대 규모다. 연간 기록으로도 사상 세 번째라고 한다. 중부지방 장마철이었던 6월 22일부터 26일간 내린 강수량(802.5㎜)의 40% 가까이가 단 하루 만에 내린 셈이다.
내리는 비야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인재(人災)’가 겹쳐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산사태로 무너진 춘천 펜션촌은 산을 깎아 생긴 절개지에 지어졌다. 절개지는 집중호우에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우면산 산사태도 각종 난개발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과 더불어 보고 즐겼던 선조의 지혜가 새삼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맹경환 차장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