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서울 고척교회] 이 교회의 존재 이유는 ‘오직 이웃사랑’
입력 2011-07-29 17:40
서울 고척 2동 고척교회(조재호 목사)는 새로운 예배당 건축이 한창이다. 27일 서울 한복판에 쏟아진 폭우 속에 찾아간 교회는 비 때문인지 공사가 잠시 중단됐다. 서울 개봉역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교회는 인근 지역에서도 선명하게 눈에 띌 정도로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첨탑을 위시한 붉은색 벽돌의 교회당 건물은 50여년 이상 고척동 지역 사회와 호흡을 같이한 듯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올해로 설립 57년 된 고척교회는 5개년 계획을 세우고 해마다 갱신해 발표한다. 올해는 ‘새 성전 건축 봉헌의 해’. 2012년 후반기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은 ‘교회 역량 강화의 해’로 새로운 교회당과 함께 교회의 역할을 튼튼히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교회 바로 옆에 건립될 새 성전은 철저히 교회의 ‘목적 선언’에 입각해있다.
고척교회가 밝히는 존재 목적은 두 가지다. 사랑과 선교. 안으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고 밖으로는 선교를 실천하는 좋은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교회는 이 목적으로 꾸준히 달려왔고 새 예배당은 이 목적을 실현하는 장이다.
2500석 이상의 예배당을 비롯해 커피숍 등의 문화 공간과 도서관, 600석 규모의 문화 공연장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 접근성을 배려해 모두 1층에 집중한다. 또 울타리를 걷어 내고 교회 마당을 개방, 사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조재호 목사는 “고척교회는 57년간 지역과 함께 했다”며 “한 번도 주민들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조 목사에 따르면 고척동은 지역 특성상 어려운 이웃이 많다. 교회는 초창기부터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나눔과 봉사를 실천했다.
교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복음을 받아들였고 다른 사람에게도 예수 사랑을 소개했다. 교회에 대한 지역사회 평판이 갈수록 좋아져 구로구는 2003년 어린이집 위탁운영기관으로 고척교회를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또 2002년에는 영등포구치소 종교위원으로 봉사하던 조 목사가 교정 교화에 관심을 갖고 교정 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고척교회는 1987년 경로대학을 시작으로 아기학교, 사랑의 헌혈운동,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등 지역 섬김을 본격적으로 실천했다. 98년부터는 지역봉사부를 별도로 만들어 다양한 지역봉사 활동을 총괄했다.
그러다 2006년 사회복지법인 희망의복지재단을 설립, 지역사회 봉사의 전문화도 꾀하고 있다. 노인복지와 사회교육, 지역복지 사업과 특별 프로그램 등 16개 분야에 걸쳐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해 2월부터 희망푸드뱅크센터를 운영 중이다.
일종의 ‘사랑의 음식·식품 기탁운동’으로 남는 음식을 기탁 받아 독거노인과 결손가정 등에 제공하고 있다. 초기에는 음식을 후원하는 대형 식당이 한 곳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다섯 곳이 참여하고 있다. 음식의 위생적 보존을 위해 냉동차량도 구입해 사용 중이다. 음식 나누기에는 지역 내 20여개 교회가 동참하고 있다.
말기 환자와 홀로 임종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고려 수(手) 재활병원 지원도 시작했다. 교회는 병상 세례와 장례, 환자 심방, 전도, 상담, 병원 내 호스피스 봉사 등에 참여하고 있다.
조 목사는 “교회가 산에 있지 않고 마을과 지역 속에 존재하는 것은 지역 교회로서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섬김과 나눔의 사명은 지역 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