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똑똑하게 하는 일석삼조 ‘요리놀이’

입력 2011-07-29 17:47


편식 고치고… 창의력·집중력 쑥쑥

“난 하트가 좋아! 엄마는? 여기서 맛있는 냄새나요. 그치?”

“엄마는 사각형, 네모가 좋아. 응, 정말 고소한 냄새가 나네. 우리 서정이 코도 밝다.”

밀가루 반죽을 조물조물 주무르면서 쉴 새 없이 쫑알거리는 서정(5)이. 엄마 원은실(40·서울 신정7동)씨는 그런 서정이 한마디 한마디에 미소 띤 얼굴로 대꾸를 했다.

물폭탄이 터져 강남이 물에 잠겼던 지난 27일 저녁, 창밖에선 빗소리가 요란한데 원씨 집 주방에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원씨는 “서정이는 말보다 요리를 먼저 배웠다”며 호호 웃는다. LG전자 마케팅팀 과장으로 광파오븐 판촉을 맡고 있는 원씨는 2008년 7월 ‘오븐 더 레시피’라는 카페를 열었다. 광파오븐을 이용한 요리를 소개하는 이 카페의 ‘키즈 쿠킹(kids cook)’ 코너에 그는 큰아이(서영·11)와 함께 만든 요리를 올렸다. 그때 겨우 세 살이던 서정이는 언니 옆에서 까치발을 한 채 구경하다 밀가루 반죽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보조’ 역할을 맡았고, 지금은 어엿한 ‘꼬마 요리사’가 됐다.

원씨는 “까불까불 하다가도 밀가루 반죽을 시작하면 얼마나 열심인지, 요리가 집중력을 키워 주는 게 확실하다”며 “평소 잘 먹지 않는 야채도 직접 손질하게 하면 잘 먹어 편식을 바로잡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서정이도 또래들처럼 향이 강한 버섯이나 토마토는 잘 먹지 않았다. 그런 서정이에게 버섯을 잘게 찢게 해 부침개를 부쳐 주고, 토마토를 넣어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게 하자 맛있게 먹더란다.

원씨는 “서정이는 요리 재료를 준비하면서 색깔 크기 도형 개념을 익혔고, 자기가 만든 쿠키를 세면서 숫자를 알게 됐고, 입맛도 또래들에 비해 발달한 것 같다”고 자랑했다. 원씨가 말하는 동안 열심히 밀대로 반죽을 밀어 펭귄 세모 네모 등 모양틀로 찍어 쿠키를 만든 서정이는 엄마에게 “빨리 구워 달라”고 보챘다. 원씨는 쿠키를 광파오븐에 넣으면서 “요리를 가르쳐놓으면 웬만한 간식은 직접 해먹어 방학 때도 큰 걱정이 없다”고 했다. 원씨가 빵 토마토 양상추 햄 치즈 등 재료를 손질해 냉장고에 넣어 두고 출근하면 서정이가 언니와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단다.

요즘 요리가 오감과 두뇌를 자극하는 미각 교육법으로 뜨고 있다.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인기 강좌로 꼽힐 정도. 하지만 아직도 불과 칼이 있는 주방은 위험하다고 여겨 식사할 때 이외에는 아이들을 얼씬도 못하게 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물론 주방이 안전한 곳은 아니지만 어른이 함께하면 생각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한국아동요리지도자협회 김혜원 회장은 “매일매일 과학실험이 일어나는 주방에서 펼치는 요리활동은 자녀에게 언어·수학·과학의 기초실력, 사고력, 논리력, 창의성, 인내심 등을 키워 주는 통합교육”이라고 말했다. 요리를 하게 되면 다양한 재료들의 색 모양 질감 부피 성질 등이 열 소금 등에 의해 변화하는 것을 보며 자연스럽게 과학개념을 접하게 된다. 또 요리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고 만져보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대소근육이 발달하고, 눈과 손의 협응력이 길러지며, 시각 미각 촉각 청각 후각 등 오감이 자극받아 두뇌가 발달하게 된다.

김 회장은 “요리의 교육적 효과가 인정되면서 영수학원 보내듯 문화센터 등에 보내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데, 엄마와 함께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니 주말을 이용해 한번 시도해보라”고 권했다. 아이 안전과 교육적 효과를 위해선 아동용 칼, 국자 등 어린이용 조리도구와 계량측정도구를 준비하고, 나이에 알맞은 메뉴를 골라야 한다.

평소 어림짐작으로 조리했더라도 자녀와 요리할 때는 저울, 계량컵, 계량스푼, 온도계 등 계량측정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양과 온도를 재는 동안 덧셈 뺄셈은 물론 단위 등 수학의 기초를 익힐 수 있기 때문. 3, 4세는 쌀 콩 오이 등으로 얼굴을 만들어보고, 밀가루 반죽을 해보는 정도가 알맞다. 5, 6세는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밀어 쿠키 만들기, 7세 이상은 밀가루 반죽을 떼서 뜨거운 물에 넣는 수제비 등 좀 더 복잡한 것을 고른다.

김 회장은 “요리하는 동안 엄마는 ‘이게 뭘까?’ ‘왜 이렇게 됐지?’ 등 질문을 해 아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해주고, 아이가 스스로 하게 이끌면서 칭찬을 많이 해주라”고 주문했다. 조바심에 엄마가 자꾸 해주면 아이 성취감이 그만큼 줄어들고, 서툴다고 야단치면 곧 흥미를 잃게 된다. “요리가 끝난 뒤에는 그 과정과 맛 등을 유치원생은 말로 설명하게 하고, 초등학생은 글로 써보게 이끌면 말하기와 쓰기 능력까지 키울 수 있다”고 김 회장은 귀띔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아이가 싫어하면 절대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