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 여전사 하지원 “졸리 닮았다고요 그렇게 봐주면 고맙죠”

입력 2011-07-29 17:39


1100만 관객을 돌파한 재난 영화 ‘해운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하지원(33)이 여전사로 스크린에 다시 돌아왔다.

제주도 남단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시추선에서 벌어지는 괴생물체와 시추대원들 간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린 3D 액션 블록버스터 ‘7광구’(8월 4일 개봉·15세 관람가)가 무대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5년에 걸쳐 완성한 이 영화에서 하지원은 괴생물체와 최후까지 사투를 벌이는 해저 장비 매니저 차해준으로 분해 존재감을 과시한다.

드라마까지 합쳐 그가 작품을 통해 대중들을 찾아 온 것은 지난해 ‘길라임’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 이후 처음이다.

중부지방을 강타한 장대비가 잠시 주춤해진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하지원은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으로 영화와 연기에 대한 생각들을 털어놓았다.

그는 “차해준은 (불사조 같은) 괴물과의 대결에서도 전혀 약해 보이지 않는 캐릭터다. 괴물과의 눈싸움에서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인데도 액션 연기에서는 안성기 오지호 박철민 등 남자 배우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압도하며 괴물과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선다.

하지원은 “쟁쟁한 선배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건 제게 큰 영광이고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선배들이 제가 연기한 장면들을 모니터링해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하나하나 지적해 주셨죠. 기존 영화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강한 여전사 캐릭터가 태어난 데는 선배들의 도움이 정말 컸어요. 그분들 때문에 해준이란 캐릭터가 빛날 수 있었죠.”

‘7광구’는 장면 대부분이 블루스크린(3D 촬영을 위해 마련된 세트)에서 제작됐다. 상대나 배경이 보이지 않는 세트장에서 연기를 한 뒤 컴퓨터 그래픽을 입혀 화면을 재구성하기 때문에 그만큼 연기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블루스크린 연기는 처음이었어요. 지금까지는 상대의 눈을 보면서 연기를 해 왔는데 괴물은 상상 속에만 있는 거라 무척 힘들었죠. 이번에 정말 많은 공부를 했어요.”

하지원은 “세트장 안에서만 촬영하다 보니 갑갑해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고, 어딘가로 내달리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럴 때는 이번 영화를 위해 배운 오토바이와 스킨스쿠버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 할리우드의 대표적 여전사 앤젤리나 졸리에 비견된다는 말에 “과찬이다.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다”고 말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은 드라마 ‘다모’ ‘시크릿 가든’, 영화 ‘1번가의 기적’ ‘형사’ 등 액션물이 유독 많다. 국내 다른 여배우들이 넘보기 어려운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 셈이다.

현재는 ‘코리아’란 작품을 촬영 중이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이 우승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 그가 현정화 역으로 출연하는 이 영화는 내년 개봉될 예정이다.

하지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흥행배우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개봉된 한국 영화에서 5편 이상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흥행 성적을 집계한 결과, 하지원은 ‘티켓 파워’에서 여배우 중 단연 1위였다. 인기 비결을 묻자 그는 “제가 꾀를 부리지는 않는다. 역을 일단 맡으면 가진 에너지를 다 써버린다. 그걸 관객들이 알아봐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7광구’ 흥행성적은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걸 안다면 돗자리를 깔아야죠(웃음). 한국의 이전 영화들과는 다른 차원의 영화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고 행복해요. 많이들 와서 즐겨 주세요.”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