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깜짝 우승 유소연 “시간 날 때마다 친구 만나 수다 틈틈이 피아노 치며 마음 달래요”

입력 2011-07-28 21:21


“집이 방배동인 데다 내 방 창문이 길가에 있어서 매몰사고 현장이 그대로 보였는데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어제도 밤새도록 복구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빨리 피해가 복구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11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중 메이저로 불리는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유소연(21·한화). 그는 우승 후 프랑스에서 열린 LPGA 투어 에비앙마스터스에 출전한 뒤 27일에야 금의환향했다. 하룻밤을 집에서 보낸 뒤 곧바로 다음 날 국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충북 진천군 히든밸리 골프장으로 향한 그를 28일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전날 긴 여정을 푼 탓인지 피곤해 보였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발랄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발생한 이재민에 대한 따뜻한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유소연의 집은 서울 방배동이다. 27일 내린 집중호우로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지역과 그리 멀지 않는 곳이다.

“어제 방에서 내려다본 사고 현장은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했습니다. 사고를 당한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US오픈 연장전 당시 심정에 대해 유소연은 “마지막 홀에서는 반드시 연장을 가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지만 막상 연장에 접어들자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지고, 즐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US오픈 우승 소감에 대해선 “US오픈은 선수라면 누구나 우승하고 싶어 하는 대회”라며 “국내에서 7승을 거뒀지만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어 아쉬웠는데 가장 큰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또 독실한 기독교 신자답게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고 전했다.

유소연은 경기가 없는 날에도 주로 연습과 체력관리를 하지만 틈틈이 피아노를 치며 마음을 달래곤 한다. 알려진 대로 바이올린을 어릴 때부터 했지만 요즘은 피아노에 더욱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바이올린도 다섯 살 때부터 했지만 동생이 지금 바이올린을 한다. 동생이 바이올린을 워낙 잘하니까 같이하면 내가 못 하는 게 표시가 나 피아노를 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피아노는 소나타를 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또 “경기가 많아서 친구를 만날 기회가 없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보통 대학생처럼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떤다”고 덧붙였다. 유소연은 현재 연세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유소연은 유창한 영어실력에 대해선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데 많은 분이 잘한다고 하신다”며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실력이 나아진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집중적인 수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소연은 “매니지먼트사로부터 소개받은 외국인 선생님께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사실 우리나라 교과서 영어는 너무 딱딱해 실용영어와 좀 차이가 난다. 외국인 선생님과 외국인 캐디, 외국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이 편하게 쓰는 영어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올 시즌까지 국내 대회에 열중하고, 내년에 LPGA 투어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유소연은 28일 시작된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도 초청을 받았지만 국내 대회인 히든밸리 여자오픈에 출전하기로 이미 약속돼 있어 귀국길에 올랐다.

진천=글·사진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