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 지분율 줄었는데 지배력 더 커졌다
입력 2011-07-28 21:31
대기업 총수들이 적은 지분을 보유하고도 계열회사 간 상호출자 등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개인이나 친족 등의 지분율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계열사 지분율은 크게 확대됐다. 특히 상위 10대 기업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최근 2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공개한 ‘2011년 대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된 55개 기업 집단(이하 그룹) 중 총수가 있는 38개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54.2%에 이르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된 35개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53.98%로 지난해보다 3.48% 포인트 증가했다. 내부지분율은 계열사 전체 자본금 중 그룹 오너와 특수관계인(대기업 총수와 친족, 임원 및 계열사 등)이 보유한 주식 지분 비중을 뜻한다.
35개 그룹의 총수 지분율은 2.12%로 지난해보다 0.03%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계열사 지분율은 3.69% 포인트 늘어난 47.27%였다. 총수 지분율은 낮아졌지만 상호출자 등을 통한 계열사 지분율이 높아져 전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한 것이다.
특히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그룹의 경우 내부지분율이 53.5%로 199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부지분율이 50%를 넘은 것도 외환위기 직후였던 99년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이처럼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은 높아졌지만 총수 지분율은 92년 4.2%에서 올해 1.1%로 확 줄어들었다. 대신 계열사 지분율이 35.5%에서 50.3%까지 확대됐다.
공정위는 계열사 지분이 급증한 배경에는 현대중공업과 SK 계열사의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계열사로 편입했고 SK는 계열사를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종합화학으로 물적 분할하면서 계열사 지분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9년 출자총액제한제도(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순자산액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 국내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가 폐지된 뒤 대기업들이 계열사 출자를 이용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내부지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출총제 폐지 직후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그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가, 경기가 회복되면서 대기업들의 계열사 출자를 통한 확장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본다. 재벌 그룹 중심의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도 더 빈번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우리 경제 구조상 이 같은 현상을 아예 막기는 어려운 만큼 기업집단 경영을 현실로 인정하는 대신 그 자체에 책임을 부여하는 기업집단법 도입 등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38개 그룹 중 17개 그룹이 63개 금융보험사를 소유하고, 이들이 다시 142개 계열사에 출자하는 등 금융사를 통한 출자 지배 구조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법적인 상호출자 행위로 꼽히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기업집단도 지난해보다 2개 증가한 16개로 나타났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