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민주 “강남 물난리는 人災… 오세훈 시장 상대 청문회 추진”
입력 2011-07-28 22:16
정부와 정치권 고위 인사들이 28일 일제히 중부지역 폭우 피해현장으로 달려갔다. 이재민을 위로하고 복구 작업을 격려하며, 더 철저한 예방을 강조하느라 분주했지만 재해 때마다 되풀이되는 ‘뒷북대응’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전 11시30분쯤 서울 반포동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상황을 보고받고 “(이런 비는) 어떤 도시도 견딜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도시에서 재해가 일어난다고 보고, 서울도, 부산도 재해 (대책) 기준을 올려야 한다. 과거 기준을 갖고는 도시 재해를 막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기후변화 때문에 재해방지 기준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로 돌아가는 길에는 동작대교 남단 난간에서 불어난 강물을 바라보며 “물 빠진 다음 청소 등 정리가 힘들겠다”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산사태로 15명이 숨진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지하철을 타고 서울 남태령 전원마을과 우면동, 강남역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당초 독도수호국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려 했으나 취소하고 피해 현장을 찾아다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와 수해지역 의원들도 우르르 현장으로 몰려갔다. 홍준표 대표는 대구에서 고위 당·정·정 협의회를 가진 뒤 급히 상경해 정부중앙청사 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았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당 사무처에 피해복구 비상대기조를 편성하고, 정몽준 전 대표와 함께 서울 서초동 우면산 산사태 현장으로 출근했다.
서초을이 지역구인 고승덕 의원은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활동을 접고 우면동 형촌마을, 남태령 전원마을, 방배동 아파트촌을 돌며 배수, 급수, 전력 문제를 챙겼다. 허천 의원도 지역구인 강원도 춘천 펜션 매몰사고 현장을 지켰다.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중단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지도부는 춘천 산사태 현장과 사망자 병원, 하천이 범람한 경기도 광주 등을 찾았다. 민주당은 특히 광화문과 강남 일대 등 서울시내 물난리가 명백한 인재(人災)라며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를 상대로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당내 재난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집권할 때를 대비한 재난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명박 정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난 불감증에 걸려 있다. 4대강 사업같이 자연을 망가뜨리면서 엉뚱한 예산을 썼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서울의 수해는 오세훈 인재”라며 “무상급식은 안하고 무상급수(水)를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와중에도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의 감사원 현장검증에선 여야의원 간에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박지만씨 부부를 증인으로 내보내면 (관련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음에 공천을 못 받는다고 한다”는 민주당 우제창 의원 발언에 친박근혜계인 한나라당 이진복·이종혁 의원은 “어떻게 이런 짓(말)을 하느냐” “민주당은 명예훼손 정당”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소속의 정두언 특위위원장 등이 “국민 시선이 따갑다. 수해도 있으니, 오늘은 싸우지 말자”고 말려야 했다.
태원준 김호경 노용택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