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예고된 ‘우면산 재앙’… 태풍 복구 지연·난개발·도로 공사로 골병 ‘사실상 인재’

입력 2011-07-28 21:57


우면산 산사태는 집중호우라는 ‘천재(天災)’에 서울시와 서초구의 관리 소홀이라는 ‘인재(人災)’가 겹친 재해다. 우면산 북쪽은 지난해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이 늦어져 피해를 키웠고, 7명이나 사망한 서쪽 전원마을 주변은 도로공사로 지반이 약해졌다. 남쪽 형촌마을은 저수지 공사로 파헤쳐져 있는 상황에서 둑이 무너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무분별한 개발이 산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방배동 아파트 지역은 지난해 9월 발생한 태풍 곤파스의 피해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돼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곤파스로 우면산의 아까시나무 3500그루가 뿌리째 뽑혔다. 이후 다시 심은 것은 나무 1000여 그루에 불과했다. 더욱이 우면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까시나무는 뿌리가 짧아 흙이 빗물에 흘러 내려가지 못하도록 지탱하는 기능을 제대로 못해 수해에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수종이다.

여기에 지난해 폭우로 붕괴됐던 유점사 약수터와 덕우암 약수터 복구공사도 지난 4월부터 진행됐다. 그러나 잦은 비로 공사가 지연돼 현재 공정률은 70% 수준이다. 우면산을 관통하는 3㎞ 길이의 터널도 산사태 원인으로 지목된다.

곤파스 피해 복구가 늦어진 데는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영향이 컸다. 우면산을 관리하는 서초구 김영조 자연생태팀장은 “지난해 재해대책비 예산이 절반 가까이 삭감돼 피해 복구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생태공원 조성은 형촌마을의 피해를 가중시켰다. 형촌마을은 폭우로 생태공원 안에 있는 저수지 물이 넘치면서 참변을 당했다. 5000㎡ 규모의 저수지는 두꺼비 생태체험교실로 이용하던 장소로 최근 보강공사 중이었다. 이 공사로 나무가 많이 뽑혔고 계곡도 파헤쳐진 상태였다.

우면산 서쪽 전원마을 주변에서 강남 내부순환도로 공사와 주택택지 개발공사가 진행되면서 연약한 지반이 더욱 약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강남 내부순환도로 5∼7공구 3개 구간 중 7공구가 우면산을 통과한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공사를 위해 산에서 흙을 퍼다 나르거나 도로를 만들면 산이 치수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산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우면산에 배수로조차 만들기가 쉽지 않다. 우면산은 대부분 사유지여서 지방자치단체가 함부로 손댈 수 없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해에도 폭우로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인근을 덮친 적이 있는데 그동안 지자체에서 제대로 방재대책을 세우지 않은 결과”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산 주변 개발 정책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