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디자인 서울’ 겉멋 치중하다… 방재 대책은 소홀

입력 2011-07-28 21:43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로 서울 강남 일대의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환경단체와 토목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런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각종 재해의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재해예방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7일 서울시가 도시 미관만을 강조해 ‘물 순환형 도시계획’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땅이 물을 스스로 순환하게 해야 하는데 미관을 위해 이를 인공적으로 막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단체 측이 조사한 결과 광화문 광장은 광장과 보도 하부가 시멘트로 마감됐고 바닥을 콘크리트로 타설한 청계천도 빗물이 스며들기 어려웠다. 심재은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자연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계획이 침수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9월 서울시의 수해방지 예산을 분석한 자료에서 시의 수해방지 예산이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시의 인공하천 조성 사업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64억5000여만원이었던 서초동 자연재해위험지구 및 상도동 침수지역 정비 예산은 올해 40억원으로 삭감됐다. 하수시설 관리 예산은 지난해보다 143억여원 늘었으나 공사가 늦어져 피해를 막지 못했다. 대신 신청사 건립,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 사업 예산은 크게 늘었다.

무분별한 개발과 대형하수관 미설치가 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강남 사거리는 저지대여서 상습 침수지역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 가로30m, 세로 7m 정도의 대형 도수관로를 설치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설치를 20년 가까이 미뤘다”고 주장했다. 실제 강남대로 인근 도수관 규격은 가로 14m, 세로 3m였다.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과 강남대로 인근 배수용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조 교수는 “우면산은 계곡 위 주말농장과 정상 부근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나무를 뽑아내고 다짐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빗물에 산이 깎이면서 나무와 토사를 몰고 내려와 참사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서울시 수해방지 전체 예산은 2007년 1794억원에서 올해 3436억원으로 5년간 1642억원 증가됐다”고 해명했다. 고인석 서울시 물관리기획관은 “우면산 주변을 개발해 사고가 났다기보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져 사고가 났던 것”이라며 “지난해 우면산에 배수로 공사를 하는 등 수방 대책을 펴 왔다”고 말했다. 이춘희 서울시 자연생태과장은 “생태공원보다 한참 위에서 토사가 내려왔다”며 “반딧불이 서식지 등 일부 공원 시설에는 피해가 없어 생태공원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등이 서울의 폭우를 ‘오세훈 시장 때리기의 호기’로 최대한 활용하려는 나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승욱 김경택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