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휴대전화 판매가격 공개… 후진적 유통구조 KO시킬까

입력 2011-07-28 18:29


KT가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 판매 가격을 공개하는 ‘페어프라이스(공정가격표시)’ 제도를 도입한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28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휴대전화 가격은 같은 기종이더라도 판매점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페어프라이스제 도입으로 지난 20년간 고착화된 이동통신시장의 유통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휴대전화 가격 차이의 원인으로 불투명하고 후진적인 유통구조와 과도한 제조사 장려금을 꼽았다. 이통사 보조금은 도소매에 모두 지급되고 소비자와 단말기 모델에 따른 편차가 거의 없지만 제조사 장려금은 도매를 중심으로 지급되고 모델별 차이가 상당하다고 KT는 설명했다. 또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제조사의 장려금을 활용해 임의로 가격을 할인, 매장 간 가격 차이를 유발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이통사 보조금은 4조2000억원, 제조사 장려금은 5조4000억원 등으로 총 9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KT는 페어프라이스제 도입으로 단기적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표 사장은 “판매점들은 가장 장려금을 많이 받는 모델을 권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KT 매출이 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불합리한 끼워 팔기, 부당 가입에 대한 염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가 정착되면 1조3000억원의 소비자 후생 효과가 나타날 뿐 아니라 유통망에 대한 제조사 장려금이 축소돼 출고가 인하가 이뤄지고, 보조금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며 “다른 이통사들과 제조사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KT의 유통구조 개선안이 이통사들과 제조사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페어프라이스 제도는 유통망에서 가격 경쟁을 가로막아 소비자의 구매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음성적인 보조금이 활개를 쳐 오히려 유통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통사들 나름대로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페어프라이스제 도입은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