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로존 재정위기에 금융시장 ‘출렁’

입력 2011-07-28 21:42


미국과 유로존을 덮친 재정위기 문제가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는 없다”며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뒤늦게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 정치권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은 디폴트 시한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유로존은 지난주 긴급정상회담을 통해 실마리를 찾았는가 싶더니 다시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금융시장 ‘흔들’=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미 국채 1년 만기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0.90%로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CDS는 채권자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게 될 상황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신용파생상품으로 이 수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부채 한도 증액 협상 실패를 염두에 둔 채권자들의 우려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증시도 출렁였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발표도 한몫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98.75포인트(1.59%) 떨어진 1만2302.55에 마감했다. 지난달 1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27.05포인트(2.03%) 내려간 1304.89를, 75.17포인트(2.65%) 하락한 2764.79를 기록했다. 유럽 증시도 전날에 이어 28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개장 초 영국 FTSE100 지수는 0.65%, 독일 DAX30지수는 1.22%, 프랑스 CAC40지수는 0.91% 떨어졌다.

그런데도 미국의 채무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미국 정치권은 다음 달 2일까지 14조3000억 달러로 책정된 부채 한도를 증액해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제시한 재정감축안이 계산 착오라는 의회예산국(CBO)의 지적으로 표결이 연기되는 등 여야 합의 가능성이 오리무중이다. 여기에다 S&P의 데븐 샤마 사장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청문회에 참석해 “디폴트 발생을 믿지 않고 있다”면서 “AAA 등급을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유로존 우려 재부각=유로존 재정위기도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S&P는 그리스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한 단계 더 떨어뜨렸다. 디폴트까지 2단계를 남겨놓은 것. 앞서 무디스도 기존 Caa1에서 Ca로 3단계 하향 조정했으며, 피치도 B+에서 CCC로 3단계 내렸다. 디폴트 직전 등급이다. 또 무디스는 유로존 회원국인 키프로스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강등했다. 정치적 불안정성과 그리스 국채에 노출된 키프로스 은행권의 위험노출액 규모가 큰 점 등이 이유다.

FT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전이되면 아시아 경제가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들이 인플레이션과 자본시장의 과열로 더 이상 경기부양에 나설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28일 전날보다 145.84엔(1.45%) 하락해 1만선이 깨진 9901.35엔으로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사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상하이종합지수가 전날보다 0.54% 내렸다.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