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폭넓은 의견 교환”…美 “대화 위한 대화 않겠다”

입력 2011-07-29 03:02

28일(현지시간) 1년7개월 만의 첫 북·미 회담은 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뉴욕의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건물에서 공식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문제 등 양국 간 현안과 관련된 입장을 교환했다.

양측은 첫날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6자회담 재개, 북·미관계 정상화 등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특히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이 9·19 공동성명의 비핵화 합의 위반이라는 점을 북한이 인정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식량지원 문제를 강력히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이날 밝힌 입장을 바탕으로 둘째 날 회담에서 세부 논의를 진전시킬 예정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다음 달 초 이번 북·미 회담 결과를 놓고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회담 시작 전 숙소를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우리 지역 정세와 쌍무관계에 대해 폭넓게 의견 교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어 “회담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바람과 진짜는 다를 수가 있으므로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북·미 양측은 회담 전날부터 일종의 기싸움을 벌였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국제 의무를 준수하고 이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탐색적 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진정성이 향후 북·미 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유엔 토론회에서 미국을 격렬히 비난했다. 그는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무기 해체 토론회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이 “절대적 핵 우위를 얻고 다른 핵 경쟁국에 대한 전 세계적 주도권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은 어떤 이유이든 국제사회 앞에서 핵확산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법적,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연설 내용은 비핵확산을 추진하는 미국이 오히려 핵무기 경쟁을 부추기는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북·미 회담을 하루 앞두고 북한이 이같이 미국의 MD와 핵 정책을 겨냥해 강력히 비난한 것은 의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가 주된 회담 의제인 이번 회담에서 미국 측에 밀리지 않고 할 말은 그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출했다는 것이다.

뉴욕=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