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창조섭리 거스른 개발이 불러”

입력 2011-07-28 19:55


“서울 서초구 우면동과 같은 부자동네에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서초(瑞草)는 서리풀을, 우면(牛眠)은 소가 잠을 잔다는 뜻입니다. 푸른 초장 소가 편하게 잠잘 정도로 쾌적한 곳이었는데 말이죠.”

28일 오전 우면동에서 만난 신현승(55) 신애감리교회 목사는 형촌마을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형촌마을은 신애교회 전도대상 지역이다. 그런데 27일 산사태로 사상자가 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것. 신 목사는 등산로에 나 있는 나무계단을 가리키며 더 좋은 환경을 누리고자 인위적으로 생태공원 등을 만든 게 화근이었다고 지적했다. 배수로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인공 등산로 등을 만들다 보니 마을 중앙로를 타고 토사가 쏟아져 내렸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놔둬야지 인위적으로 뭔가 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 게 아닙니까. 지난해에도 토사와 돌덩어리가 쏟아져 내려 도로가 막힌 적이 있어요. 우면산은 다른 산과 달리 거대한 흙더미로 돼 있다고 해요. 지반이 약한 데다 대부분이 사유지여서 배수시설조차 설치할 수 없었어요.”

마을은 폭격을 받은 듯했다. 정원이 딸린 120채의 고급 주택가 동네 골목엔 밀려온 나뭇가지, 철제, 유리, 돌멩이, 토사가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쌓여 있었다. 등산로는 긴급 투입된 포클레인이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마을 길 곳곳엔 여전히 흙탕물이 폭포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신 목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세상에, 등산로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이것 보세요. 흙이랑 나무, 돌이 1m는 쌓인 것 같아요.”

산기슭에 맞닿은 신세계 구학서 회장집에 이르렀다. 대문에 서울 기쁜소식교회 명패가 보였다. 인부들은 진흙을 퍼내고 있었다. 이집 안주인 양명숙씨는 27일 수해 사고로 숨졌다. “양 사모님이 남서울은혜교회 부설 밀알학교 등에서 봉사활동을 헌신적으로 하셨다고 해요. 참 안타까워요. 재난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게 인간의 딜레마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하나님께 대답을 구해야 하는 거죠.”

형촌마을 아래쪽에는 보금자리 아파트 공사현장이 위치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 입주권이 당첨되면 ‘로또’ 맞은 것과 같다고 말하는 곳이다. 다시 우면동 교회로 넘어오는데 신 목사가 등산로를 가로 막은 신축 주택을 가리켰다.

“이 동네의 특징이 뭔지 아십니까. 의사 변호사 교수 연예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은데 이웃과 교류가 뜸해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죠. 이것 보세요. 집을 새로 짓다보니 등산로까지 떡 하니 가로막았습니다. 배려가 좀 필요한데 말이죠.”

그는 상생의 신학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창세기 말씀처럼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고 지배하는 삶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창조 순서에 따르면 자연은 인간의 선배잖아요. 선배 대접은 않고 소유 개념만 강조하다 보니 지배와 억압만 있는 겁니다. 결국 이런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는 감신대 신학과를 나왔다.

이날 오후.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솔길을 따라 흘러내린 빗물은 좁은 시멘트 길부터 빠른 속도를 내고 있었다. ‘자연이 인간의 선배’라는 말씀이 자꾸 되새겨졌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