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메릴린 먼로와 조 디마지오
입력 2011-07-28 19:46
56경기 연속 안타를 쳐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올린 조 디마지오. 뉴욕 양키스 중견수였던 그의 연속안타 행진은 1941년 5월 15일부터 7월 16일까지 이어졌다. 별명은 ‘양키팀 날쌘돌이(Yankee Clipper)’.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나 그의 기록은 깨질 줄 모른다. 대공황이란 어두운 시기, 미국인들은 야구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그를 바라보면서 절망을 잊곤 했다.
그가 유명해진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메릴린 먼로와의 결혼이다. 두 사람의 첫 데이트는 메릴린이 섹스 심벌로 자리잡은 1952년 3월에 이뤄졌다. 조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렸다고 한다. 하지만 조는 메릴린에게 배우를 접으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자신이 전직 야구선수인 것처럼 나에게도 전직 여배우가 되길 바랐어요. 받아들일 수 없었죠.” 메릴린의 회상이다(J 랜디 타라보렐리의 ‘메릴린 먼로’). 앙금을 완전히 해소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은 1954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이었다.
결혼식 날, 메릴린이 느닷없이 조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자신이 먼저 죽는다면 자신의 무덤에 매주 꽃을 놓아주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조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이들이 9개월 만에 파경을 맞은 데에는 ‘7년 만의 외출’이란 영화가 계기를 제공했다. 이 영화에 뉴욕의 지하철 통풍구 위에 서 있는 메릴린이 환하게 웃으며 바람에 날리는 크림색 주름치마를 밑으로 내리는 명장면이 나온다. 그 촬영 현장에 조가 있었다. 그날 그는 귀가한 메릴린을 때렸다. 그러면서 결혼을 끝내야겠다고 말했다. 메릴린의 ‘일’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지난 15일 미국 시카고에 8m 크기의 메릴린 조각상이 설치됐다. 조와 메릴린을 갈라지게 한 장면을 그대로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곳은 시카고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된 조가 이 조각품을 본다면 어떤 마음일까. 예전처럼 화를 냈을까?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다. 메릴린은 극작가 아서 밀러와의 세 번째 결혼에도 실패하고, 약물 중독에 빠져 1962년 36세에 숨을 거둔다. 메릴린이 숨진 뒤 조는 무려 20여년간이나 매주 장미꽃을 들고 메릴린의 무덤을 찾았다. 메릴린과의 결혼식날, 그녀에게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리고 보니 메릴린이 사망한 날(8월 5일)이 다가오고 있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