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허필홍 홍천군수
입력 2011-07-28 21:27
[미션라이프] 2010년 6월 강원도 홍천군수 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한나라당 후보가 높은 지지율로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후보까지 나온 선거전에서 무소속 후보는 봉사로 승부를 걸었다. 허필홍(47) 홍천군수의 이야기다.
“한나라당 텃밭과 같은 지역에서 모래알 작전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상대 후보의 인지도가 꽤 높았거든요. 3개 정당도 후보를 냈기 때문에 지역 여론조사에서 저는 늘 최하위였어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큰 표 차로 당락이 갈렸습니다. 하나님이 홍천군을 위해 일하라고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4일 홍천성결교회에서 만난 허 군수는 수타사 생태자연공원부터 가자고 했다. 자연친화적인 홍천의 장점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차에서 내리면서 모자부터 푹 눌러썼다.
“조용하게 자연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이 많은데 괜히 제가 왔다는 게 알려지면 분위기가 흐트러지잖아요.” 2㎞ 숲길을 걸으며 군정 운영 철학을 들었다.
지난해 선거에서 모래알 선거 전략은 조직이 아닌 지인들을 통해 허 후보의 장점을 소개한다는 것이었다. 지역봉사회 소속으로 오랜 기간 지역 봉사활동을 펼치고 군의원 등을 역임하며 의정활동을 펼쳤다는 입소문을 냈다.
“아이고, 군수님 아니십니까?” 허 군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모자를 썼지만 그를 알아본 많은 사람들이 악수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아이는 어떠십니까?” “큰 형님은 어떠세요. 잘 계시죠?” 거리든 상가든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주님, 지혜를 주십시오’하고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구합니다. 어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를 드리시고 한글교실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해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것도 봉사에 있다고 봐요. 낮아짐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니 중앙부처 공무원을 만날 때도 군민 혜택을 중시하지 제 위치를 내세울 이유가 없어요.”
그는 93년부터 지역 노인들과 소외 계층을 돌보는 화양봉사대와 대한적십자사봉사회 활동을 했다. 주요 활동은 지역 청소와 어르신 돌봄 사업이었다. 2002~2010년 군의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부턴 군의회 의장을 맡았다. 바쁜 의정활동을 수행하면서도 새벽예배 차량운행과 성가대 봉사도 잊지 않았다.
“나 혼자 행복하다고 행복할 수 있나요. 어려운 사람이 같이 행복해야 그게 진짜죠. 봉사대원도 그렇고 군의원도, 군수도 최고의 덕목은 사랑과 겸손입니다.”
그는 군수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수행원들의 의전과 개인 치적 홍보를 일체 중단시켰다. 주변에선 지자체장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해는 금세 사라졌다.
“권위는 꼭 필요할 때만 쓰는 겁니다. 700여명의 산하 공무원과 함께하는 리더로서 군수는 역할과 공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앞으로도 소통과 섬김 봉사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그는 지난 15일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위원회가 수여하는 사회복지공헌상을 수상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