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창우 (22) 고액 들고 해외 출입 세무조사 받기도

입력 2011-07-28 17:51


선교활동이 늘 평탄한 길을 걸었던 것만은 아니다. 때론 귀국길에 공항 검색대에서 모든 짐을 풀어놓기도 하고, 해외에 정기적으로 고액의 달러를 갖고 나간다는 이유로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라오스병원의 경우 정부 관료들이 돈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철수하기도 했다.

수십 차례 해외 의료선교를 다니면서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가 인천공항 입국심사였다. 현지 의료선교를 마치고 남은 소독약품과 수액이 들어 있는 큼지막한 가방을 찾을 때면 매번 멜로디가 나오는 노란색 자물통이 붙어 있었다. 그게 붙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검색대로 가서 모든 짐을 풀어놔야 했다. 2007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돌아왔을 때의 일이다.

“선생님, 짐을 풀어주십시오. 아니, 웬 약을 이렇게 많이 갖고 다니십니까. 보따리 장사라도 하십니까?”

“저희는 의료선교를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후진국의 환자들을 무료로 돌보고 있습니다. 명품 백이나 골프백을 들고 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우리 같은 봉사자들을 들어올 때마다 검색대로 부르니 마음이 아주 불편하네요.”

“죄송합니다. 규정상 어쩔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우리는 여권에 라오스 파키스탄 네팔 출입국 도장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유명 관광지도 아닌 곳에 약품을 갖고 수십 차례 다녀온 우리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공항 직원을 탓할 만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6월엔 세무조사를 받았다. 병원마다 한번쯤은 세무조사를 받는데 탈루 혐의로 보통 3억∼5억원의 추징금을 물기 일쑤였다. 중소형 병원이 한 번 세무조사에 잘못 걸리면 아예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병원의 경우 신정이나 구정, 추석을 끼고 1년에 네 차례 이상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니니 세무서에서 의심을 할 만했다. 병원 규모에 비해 현금 보유액이 턱없이 적은 것이나, 잦은 해외 방문과 함께 고액의 외화를 보낸 것도 이유가 됐다.

나는 투명하게 기록해 온 모든 장부를 내놓았다. 십의 일조를 넘어 삼, 사조 이상 드리는 헌금 명세서도 내놓았다. 우리의 신조는 ‘하나님 앞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선교비와 헌금을 드리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게 없다시피 했다. 완벽한 자료 앞에 세무서 직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수익을 모으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직원들을 동원해 외국 방문까지 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진짜 이유가 뭐냐 이 말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하나님의 일을 하기로 약속한 사람입니다. 선교를 위해 세워진 병원이니만큼 그곳에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선교활동 한다고 이렇게 자주 나가면 도대체 병원은 언제 운영합니까?”

“허허, 하나님이 지켜주시네요.” 결국 세무서 직원들은 선교방송에 투입된 일부 비용 문제를 제기하고 세무조사를 마무리했다.

세무서 직원처럼 우리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선교에 투입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병원이 두려워하는 게 의료사고다. 아무리 운영을 잘해도 의료사고가 한 번 터지면 병원 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 병원마다 사무장을 두는 이유는 사고 수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감사하게도 우리 병원은 개원 이후 이렇다 할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른 병원이 의료사고를 수습하는 데 막대한 돈을 쓴다면 우리는 선교지의 무료진료소를 운영하고 약품을 지원하는 데 헌금을 드린다고 생각했다. 정말 하나님은 사무장도 없는 선한목자병원을 눈동자같이 지켜주셨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