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동네에 어찌 이런 일이...
입력 2011-07-28 22:23
[미션라이프] “서울 서초구 우면동과 같은 최고의 부자동네에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서초(瑞草)는 서리풀을, 우면(牛眠)은 소가 잠을 잔다는 뜻입니다. 푸른 초장 소가 편하게 잠잘 정도로 쾌적한 곳이었는데 말이죠.”
28일 오전 만난 신현승(55) 서울 우면동 신애감리교회 목사는 형촌마을로 향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교회와 지난 27일 오전 집중호우로 산사태를 입은 형촌마을은 고개 하나 사이다.
신 목사는 등산로에 나 있는 나무계단을 가리키며 더 좋은 환경을 누리고자 인위적으로 생태공원을 만든 게 화근이었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있는 동네는 EBS 제작센터와 관문사 쪽으로, 형촌마을은 등산로와 중앙로를 타고 폭우와 토사가 쏟아져 내렸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놔둬야지 인위적으로 뭔가 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 게 아닙니까. 지난해에도 토사와 돌덩어리가 쏟아져 내려 도로가 막힌 적이 있어요. 우면산은 다른 산과 달리 거대한 흙더미로 돼 있다고 해요. 지반이 약한데다 대부분이 사유지여서 배수조차 설치할 수 없었어요. 양재천까지 범람하니 말이 아니었던 거죠.”
등산로를 넘어 형촌마을에 도착했다. 정원이 딸린 120채의 고급 주택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나뭇가지 철재 유리 돌멩이 누런 토사가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쌓여 있었다. 우면산 등산로는 큼지막한 포클레인이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갯벌 색깔의 흙탕물이 폭포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신 목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세상에, 등산로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이것 보세요. 흙이랑 나무, 돌이 1m는 쌓인 것 같아요.”
산기슭에 맞닿은 신세계 구학서 회장집에 이르렀다. 서울 기쁜소식장로교회(김영준 목사) 교인 명패가 보였다. 인부들은 진흙을 퍼내고 있었다. “돌아가신 구 회장님의 사모님이 밀알학교 등에서 봉사활동을 헌신적으로 하셨다고 해요. 참 안타까워요.”
그는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고난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필립 얀시가 그랬죠. 재난을 당한 크리스천이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는 3가지 ‘은폐 질문’을 갖고 있다고. 첫째는 하나님은 과연 공평하신가, 둘째 하나님은 왜 침묵하고 계신가, 나머지는 하나님은 왜 그 상황에서 도망가셨는가라고 말이죠. 재난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게 인간의 딜레마입니다. 하나님은 분명 해답을 알고 계신데 인간은 그걸 모르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하나님께 대답을 구해야 합니다.”
형촌마을 아래쪽에는 ‘로또’라 불리는 보금자리 아파트 공사현장이 위치하고 있었다. 다시 우면동 교회로 넘어오는데 신 목사가 등산로를 가로 막은 신축 단독주택을 가리켰다. “이 동네의 특징이 뭔지 아십니까. 의사 변호사 교수 연예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겁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라요. 이것보세요. 집을 새로 짓다보니 등산로까지 떡 하니 가로막았습니다. 집과 집 사이 폭이 1m도 안 되는 시멘트 길이 90도로 꺾이며 난 것도 욕망의 결과 아닐까요. 집주인이 조금만 배려했어도 좋았을 텐데….”
그는 상생의 신학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창세기 말씀처럼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고 지배하는 삶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창조 순서에 따르면 자연은 인간의 선배잖아요. 선배대접은 않고 소유 개념만 강조하다 보니 지배와 억압만 있는 겁니다. 결국 이런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면산 오솔길을 따라 졸졸졸 흘러내린 빗물은 좁은 시멘트 길부터 빠른 속도를 내고 있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