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홀마다 음향 달라 단원들 듣는 귀 발전할 것”

입력 2011-07-27 21:31


“투어를 한다는 게 음악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오케스트라가 같이 여행하고 다니고 지내고 먹는 과정 자체가 도움이 되죠.”

유럽 투어를 앞두고 있는 정명훈(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27일 서울 태평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는 그냥 연습하는 것만 가지고는 최고 수준으로 발전할 수가 없다”며 “여러 나라에서의 투어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다음 달 19일부터 27일까지 영국 에든버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브레멘 등지의 유럽 투어를 앞두고 있다. 이번 투어는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정 감독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투어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같은 프로그램을 여러 번 연주할 수 있고요, 홀마다 (음향이) 다르기 때문에 단원들의 듣는 귀가 크게 발전합니다. 연주에 여유가 생기지요.”

그는 서울시향에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뒤 5년간의 변화에 대해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네 단계 정도로 나눌 수 있다면 서울시향은 4단계에서 2단계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지원과 발전의 필요성도 거듭 되풀이했다. “제가 처음 시향에 부임했을 때 (서울시에) 세 가지가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첫째가 단원, 둘째가 지휘자, 셋째가 서울시 지원이죠. 조그만 회사가 세계적인 회사가 되고 싶다면 투자를 어느 정도 해야 합니다.”

그는 클래식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음악에서 베토벤 같은 천재를 배출했습니까. 저는 클래식 음악이 우리한테 꼭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음악도 많지만 숱한 천재가 계속 나와 적어도 천년 동안 계속 발전된 음악은 클래식밖에 없습니다. 또 우리는 국가 규모로 봐서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교할 바 안돼요. 하지만 음악만큼은 그들보다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요. 그 기회를 놓치는 건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유망주들이 대거 입상한 데 대해 “손열음 조성진 등은 제가 그 나이 때 실력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며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은 워낙 실력이 출중한데 지원을 좀 더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저는 시향의 발전을 위해 왔습니다. 저와 일하려면 시향은 계속 발전해야 합니다. 발전을 하지 않게 된다면 시향은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해요.”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