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교회 새 주소 '봉원사 2길'
입력 2011-07-27 18:49
[미션라이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봉원교회는 당장 이번 주부터 주보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 ‘봉원동 42-6번지’를 써 왔지만 앞으론 새 주소에 따라 ‘봉원사2길 13번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모 담임목사는 “교인들이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구청 항의도 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나와 ‘너무 늦었다’는 말만 하고 돌아갔다”면서 “정기 노회 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29일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되는 새 주소를 놓고 교계의 반발이 거세다. 봉원교회 사례처럼 사찰명-교회, 향교명-교회 형태의 주소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삼성동 혜성교회, 서울중앙교회, 새국민교회, 주찬양교회, 은혜교회, 서울이기는교회 등은 봉은사가 들어간 주소를 써야한다. 경북 청도의 신원교회는 운문사로를, 마산제일교회와 마산교회는 화엄사로를 써야한다. 수원성결교회와 수원성공회는 향교로를 넣어야 한다. 반면 교회명을 채택한 도로는 없다. 다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동에 ‘복음길’이란 주소가 있지만 타 종교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새 주소는 행정안전부 법령에 따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오는 29일 도로명이 확정 고시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며, 2013년까지 기존주소와 병행해 쓸 수 있다. 하지만 2014년 1월1일부턴 새 주소를 써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국 도로 중) 교회 없는 도로가 세상에 어디 있냐”면서 “행안부는 광역도로명만 정하고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했기 때문에 그쪽에 알아보라”고 책임을 미뤘다. 서울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행안부 법에 따라 사찰이나 특정시설물 이름을 따 500여개 길 이름을 붙였다”면서 “실무자 입장에서도 도로명에 종교색을 넣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그는 “도로명 변경을 위해선 명칭 시행 3년 후 도로명 실제 사용자의 5분의 1이 신청을 해야 한다. 다시 사용자의 2분의 1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억주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은 “새 주소에 따르면 마치 사찰 안에 교회가 포함된 것처럼 보여 교회 입장에선 두고두고 불편한 일로 남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820억원이 투입된 템플스테이나 국가예산을 투입해 사찰의 신축, 증개축, 이전을 자유롭게 해준 자연공원법을 보면 정부가 국민을 위한 곳인지 특정종교를 위한 곳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한 목소리로 강력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